오바마의 이틀...'美 재창조' 방향 세웠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1.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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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령 잇따라..보편규범·투명성·도덕성·고통분담 제시

'미국 재창조(Remaking America)'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취임사에서 다짐한 말이다.
그로부터 이틀...미국인들은 '오바마의 시대'가 이전, 특히 부시 정부의 8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취임 직후 이틀간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executive order)과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endum)를 잇따라 발표했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이상과 안전 사이의 잘못된 선택(False choice between safety and ideals)'의 핵심 사안들이며 그가 생각하고 있는 '새로운 미국'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들이라고 할수 있다.



◇ '안보'가 모든 걸 우선할수 없다

21일 서명한 쿠바 관타나모 기지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 폐쇄 명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또 중앙정보국(CIA)이 운용하고 있는 해외 수용시설도 폐쇄하도록 지시했다.
예비역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령에 서명한 것은 이같은 조치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상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명령은) 선거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미국 건국정신으로 돌아가 핵심적인 행동규범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위협을 이유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유보시킨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앞서 전날에는 백악관 고위직에 대한 연봉 동결과, 정보공개 강화, 로비 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첫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명령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새출발을 대외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라면, 첫날의 조치는 '고통분담과 투명성, 도덕성'이라는 대국민 행정원칙을 세우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 정부는 '정보공개 요구자의 편'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통해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거 언론과 민간의 정보공개 요구에 최대한 성실히 응하도록 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언론과 민간의 정보공개요구를 최대한 거부해왔던 부시 행정부 당시의 '원칙'을 정면으로 뒤엎은 것이다.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 이전 정부 핵심 인사들 역시 예외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부터 모든 공무원과 부처는 이 정부가 정보를 숨기려는 측이 아니라 정보를 공개하려는 측의 편에 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은 공무원들에게 부시 정부 당시의 관행과 인식에서 완전히 탈피할 것을 요구하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워싱턴, 더이상 '로비 천국' 아니다



이와 함께 새로 임명된 정부 관리들은 임명전 2년간 로비를 한 적이 있는 사안과 관련한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하고 전직 공무원이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 '로비스트들의 천국'으로까지 불렸던 부시 행정부 당시의 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
공화당측은 윌리엄 린 국방부 부장관이 임명 이전 무기업체 레이시온의 로비스트였다며 "오바마 정부도 위반한 원칙"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는 긴 여정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 자신의 원칙을 관철시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 국민들만 허리띠 졸라선 안된다



백악관 직원 가운데 연봉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이상 고임금 직원들의 연봉을 현 수준으로 동결한 것은 '고통분담'차원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년 한해에만 29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가운데, 각종 경기부양책과 정부 개입확대로 정부부문의 조직과 지출은 오히려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이밖에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날, 외국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전화를 건 것도 부시 정부에서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 취임 이틀..'오바마 시대'가 미국을 어떤 모습으로 재창조해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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