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늪에 빠진 기아차

더벨 한희연 기자 2009.01.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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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AA-등급의 기아차, A+ 회사채급 금리로 채권 발행

이 기사는 01월21일(17: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피치의 기아자동차 (105,600원 ▲2,100 +2.03%) 등급하락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난 14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기아차의 장기외화표시발행자 등급(IDR)을 투기등급으로 내렸다. 등급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업계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발표 직후 관련 보도와 평가가 쏟아졌다. 대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기아차 등급하향은 '국제 자동차업계 침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기아차 측의 시선분산 홍보노력 때문인지 오히려 '타우엔진상 수상',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마케팅 시동' 등 생뚱맞은 보도만 더 눈에 띄었다. 심지어 국제 시장에서 피치보다는 무디스나 S&P의 평가가 더 공신력 있으니 다행이라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기아차에게 상황이 정말 낙관적인 것 같진 않다. 사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기아차 채권은 이미 매력을 잃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19일 기아차는 공모 회사채 4000억원을 발행했다. 시장에서 전량 소화됐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발행성공은 결국 고금리의 힘이었다.


실제로 기아차 1년 반짜리 채권 1800억원은 8.3%, 2년짜리 1600억원은 8.4%, 3년짜리 600억원은 8.6%에 금리가 결정됐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기아차의 신용등급은 AA-.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6일 유통시장에서 AA-등급 회사채 3년물은 7.39%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기아차는 현재 유통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금리로 3년물을 찍은 것.



기아차의 이번 발행금리는 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30일 A+등급의 씨제이홈쇼핑은 3년물 500억원을 기아차와 같은 8.6%에 발행했다. 결국 시장은 기아차 채권을 실제 등급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한 채권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등급대비 신용스프레드가 굉장히 많이 벌어져 있다"며 "고평가 돼 있지만 회사 자체가 크기 때문에 국내 신평사가 등급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 발행 성공은 넘치는 유동성의 힘"이라며 "하지만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기아차 금리가 높더라도 차라리 우량 A0~A+급에 투자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투자자들에게 기아차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얘기. 기아차도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는기아차 채권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룹내 위상변화 및 그룹신인도 하락 또는 영업실적 악화와 설비투자 부담의 급증으로 현금흐름 및 재무안정성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경우,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공장 신설, 신차개발 확대, 해외판매법인 지원 등의 자금부담으로 자금의 일부를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말기준 총차입금은 5조6319억원. 2006년말 2조9401억원, 2007년말 4조1618억원에서 계속 늘고 있다.



기아차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피치만 가진 것이 아니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국내시장 참가자들도 결국은 같은 시선으로 기아차를 바라보고 있다.

피치 등급하향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지는 결국 기아차의 몫으로 남았다.

기아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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