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바닥이지만 바닥탈출은 아니다"

김성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IT 담당 상무 2009.01.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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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 인사이트 ]

"LCD, 바닥이지만 바닥탈출은 아니다"


TFT-LCD는 반도체, 휴대폰과 더불어 한국 IT 산업을 이끌어가는 3대 축 가운데 하나다. 메모리반도체의 전세계 시장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듯이 대형 LCD 패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전세계 수요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국내 업체들의 선도적 투자, 탄탄한 양산 기술력, 우수한 고객기반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TFT-LCD 산업은 여타 업종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불황기에 빠져있다. 주된 원인은 글로벌 IT 수요 감소에 있다. LCD TV, 모니터, 노트북 등의 수요가 실물경기 위축으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패널업체들의 2007년과 2008년의 대규모 투자로 패널 공급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요가 꺾이면서 극심한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 결과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했다. 2008년 4월에 각각 100달러,160달러 수준이었던 노트북용 15.4인치와 모니터용 22인치 패널가격이 올 1월중순 각각 40달러 초반, 70달러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현금원가 수준이다. 또한 300달러 수준이었던 32인치 TV용 패널 가격도 1월중순현재 140달러 내외로 제조원가에도 휠씬 못 미치고 있다. 즉,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폭이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 실물경기 위축으로 ‘가격 탄력성’이라는 경제이론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패널가격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최종 세트 수요의 부진이 패널업체들의 공장 가동률 저하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고 LCD 산업의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이 LCD 패널 제조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다.
첫째,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연결기준)는 2008년 4분기 2,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8,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회사가 6개월만에 큰 폭의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둘째,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패널업체들이 가동률을 조정을 하고 있으나 이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에서 패널업계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다. 1월 현재 세계 선두권인 국내업체들의 가동률은 65~75%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2위권으로 분류되는 대만 업체들은 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더구나 구매력 악화로 인해 LCD TV 수요가 26~32인치급 중저가 TV로 이동하고 있어 물량증가와 별개로 패널업체들의 가동률 개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TFT-LCD 산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TFT-LCD 업황의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IT용 패널 중심으로 가격이 소폭의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고, 선두권 업체를 중심으로 공장 가동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우선 가격 측면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IT용 패널가격이 현금원가 수준으로 더 이상 하락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된다. 이미 업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널가격의 강한 반등 또는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패널가격이 현금원가 이상으로 크게 오를 경우 각 업체들의 가동률이 재차 상승하면서 경쟁이 다시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LCD 업황은 TV, PC, 노트북 등 주요 IT 세트 수요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개선되기 어렵다. 현재 일부 업체에서 나타나는 가동률 상승은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패널가격 또한 현금원가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는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의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 사상초유의 공급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이고 일시적인 공급량 조절보다는 글로벌 IT 수요회복이 관건이다. 현재의 LCD 업황이 ‘바닥’인 것은 분명하지만, ‘바닥탈출’의 단초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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