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초부터 노사마찰 '비상등'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1.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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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제 변경에 따른 '임금보전' 놓고 쟁의결의 등 마찰

형제가 나란히 불안하다.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기아자동차 (105,600원 ▲2,100 +2.03%)가 극심한 자동차산업의 위기 앞에 근무체계변경을 둘러싼 진통으로 연초부터 노사마찰에 휘말리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 결의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설 연휴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조정기간(10일)이 지나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투표가 가결되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창립 이래 단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도 위태롭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주말 잔업수당 지급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의를 중단했다. 지난 5일 사측이 잔업이 없어도 수당을 지급하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하자 노조가 “기존 단협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우선 대의원선거를 마무리하고 내달 23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노조 관계자는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회사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놓지 않으면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센 여론의 압박에도 양사 노조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주간연속2교대제’ 때문이다. 이는 현행 주야간 2교대(10+10시간)를 오전 6시30분부터 연속 2교대(8+9시간)로 바꿔 밤샘근무의 부담을 없애면서도 잔업과 상관없이 ‘월급제’를 보장해 준다. 수년을 끌어오다 지난해 단협에서 올 9월 실시에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현대차는 당장 1월 시범실시가 차질을 빚어졌다. 기아차는 고정 잔업수당이 없어지면서 월급제로 전환할 때 사실상 임금이 깎이게 된다.


겉으론 근무체계 변경문제지만 조합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임금문제가 걸려있기에 노조가 안팎의 비난을 각오하면서 버티는 셈이다. 기아차는 혼류생산에 잇따라 합의하면서 노사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혀 왔다.

물론 아직은 ‘압박용’ 카드일 뿐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는 노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기아차 역시 일단 대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쌍용차가 법정관리 결정을 앞두고 있고 포스코 등 대형 제조업체가 잇따라 감산을 하는 등 불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대표적 완성차 기업의 노사관계가 불안하다는 것 자체로도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어느 때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노조가 파업카드를 섣불리 꺼내다간 나중에 인력 구조조정 등 더 큰 위협 앞에 경영책임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며 노조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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