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현장 참사, 과잉진압 지적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01.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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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4명, 경찰 1명 숨져

20일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빚은 참극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40분께 지난 19일부터 재개발지역 상가·주택 세입자들로 구성된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전국철거민연합회' 소속 회원 등이 시위를 벌여 온 건물에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을 투입, 강제 진압에 나섰다.

이날 경찰은 특공대원들을 태운 10t짜리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펼쳤고 경찰은 건물 외벽과 옥상 등지에서 시너와 염산을 뿌리며 격렬히 저항하던 25명을 연행했다.



↑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한 경찰이 불을 끄기 위해 컨테이너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한 경찰이 불을 끄기 위해 컨테이너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시스


이 과정에서 철거민들은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시너에 불을 붙였고 불길이 삽시간에 망루로 옮겨 붙으면서 옥상에 있던 철거민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철거민 4명이 숨졌으며 경찰을 포함해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이날 사고가 경찰의 무리한 과잉진압이 부른 참사라고 비난했다.

시민 성모(49)씨는 "경찰이 과잉진압에 나서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경찰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철거현장 인근 주민 김모(45)씨는 "생존권을 지키려는 시민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진압봉을 들이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경찰이 무리한 진압에 나서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 박모(39)씨는 "경찰의 과잉진압도 문제지만 폭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한 철거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철거민 가족과 전국철거민연합회원 등이 찾아와 과잉진압에 항의하며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앞서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 내 상가·주택 세입자 40여명은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9일 새벽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한강대로변 재개발구역 내 4층짜리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보상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경찰은 이후 철거민들이 수차례에 걸친 해산 명령에 불응하자 물대포와 골프공, 새총 등을 동원, 해산을 유도했으나 철거민들의 저항은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20일 새벽 경찰특공대가 투입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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