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처리, 공공보다 금융권이 낫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1.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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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CR리츠 등 매입률 상대적으로 높아 건설사들 선호

미분양 처리와 관련, 건설사들은 공공기관의 매입보다 금융권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또는 기업구조조정부동산 투자회사(CR리츠)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권의 분양가 대비 매입률이 공공기관보다 20% 가량 높은데다 ABS 또는 리츠의 만기가 3년이어서 향후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공 신청 저조-금융권 신청 쇄도
지난해 대한주택보증이 1차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에 나설 당시 건설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5000억원 매입에 54개 건설사가 1조2593억원을 신청했다.

1차 매입이 인기를 끌고 유동성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에 따라 주택보증은 1조5000억원을 모두 투입해 2차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 36개 건설사가 9791억원을 신청하는데 그쳤다.



반면 금융권의 미분양아파트를 담보로 한 ABS와 CR리츠에는 건설사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3년만기 ABS로 선순위 3983억원, 후순위 61억원 등 총 4044억원을 발행했다.

이 ABS는 건설사들이 미분양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한 회사채를 NH투자증권이 인수한 뒤 유동화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과 주택보증이 신용보강해 AAA등급의 ABS를 발행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어 현재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2차 풀링(Pooling) 작업을 진행 중이며 5000억원 규모로 ABS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발행예정인 '미분양 CR리츠'도 건설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미분양 CR리츠는 금융권이 1조원을 투자하고 후순위 출자사인 건설사들이 25~35%를 투자할 예정이어서 총 투자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12개 건설사 외에 다른 건설사들의 추가 신청이 들어옴에 따라 이번 주까지 신청을 받고 2월 초 대한주택공사와 협의를 통해 물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미분양 처리, 공공보다 금융권이 낫다


◇매입율 공공 50%, 민간60~70%
건설사들이 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보다 ABS와 CR리츠를 선호하는 것은 매입률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주택보증의 1차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률은 분양가 대비 50% 수준에 불과하지만 ABS와 CR리츠는 60% 중반에서 70% 중반까지 다양하다.

NH투자증권이 담보로 제공받은 미분양아파트의 인정가액은 물건마다 다르지만 평균 60%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의 미분양 CR리츠의 매입 가이드라인은 64~74%, 평균 70% 수준이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미분양아파트를 주택보증에 넘기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1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CR리츠는 2억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은 환매기한이 6개월이지만 ABS와 리츠의 만기는 3년이어서 경기 활성화 여부에 따라 이익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즉 당장 6개월 후 주택경기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3년 뒤에는 경기 회복에 따라 분양가보다 거래가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이익까지 볼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출자자로 참여해 3년간 리츠를 운영한 뒤 경기가 회복이 되면 우선매수권이 있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참여 신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미분양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라며 "단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이자부담이 있더라도 장기간 끌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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