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계부담 가중...한시적 면제 등 구제안 시급"
# 은퇴 생활자인 김씨는 펀드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날벼락 세금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3억원을 일본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가 4200만원(-14%)의 손실을 보고 환매했다. 손실을 봤는데도 세금을 2310만원이나 내야 했다. 펀드에서 발생한 환차익(1억5000만원, 50%)에 대해 이자소득세(15.4%)가 붙은 것이다. 김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펀드 환차익 때문에 오는 5월말까지 2500만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펀드 환차익 탓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것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노출형 펀드다. 주식 투자수익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환노출형 펀드는 지난 한 해에만 6조원이 넘게 팔렸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대다수의 환노출형 펀드는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환율 급등으로 환차익이 발생해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투자손실은 막대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환노출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52.9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는 5월 금융종합소득과세 신고 때 또 한번 세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되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최고 38.5%(주민세 포함)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원화 대비 달러는 34% 이상 올랐다. 또 엔화 66%, 위엔화 43%, 유로화 30% 등 주요국 통화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초 달러로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에 1억2000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4000만원 이상의 환차익을 올린 셈이 된다. 별다른 금융소득이 없어도 펀드 환차익만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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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관계자는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은 투자손익과 상관없이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해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것을 보인다”고 전했다.
"펀드 환차익 금융소득종합과세 면제해야"
전문가들은 펀드 환차익에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적용할 경우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경제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고, 자칫 심각한 조세조항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펀드 환차익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구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대표이사는 “펀드 환차익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거리가 먼 중산층이나 은퇴 생활자들에게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가계는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태인 만큼 융통성 있는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세무사도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라며 “일시적인 펀드 환차익으로 별다른 금융소득이 없는 개인들에게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종부세 및 재산세 인하, 키코 손실 미반영 등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각종 구제방안을 내놓고 있는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각한 조세저항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