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하면 쌍용 인원으로 채워라"

최석환·박종진 기자 2009.01.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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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움직임에 네티즌·조합원 비난 봇물… 노조, 게시판 '비공개'로 전환

"현대차 2차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인데 정말 징그럽다. 아예 문 닫고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자"
"파업해라 적극 찬성이다. 이 기회에 현대차도 망하고 귀족노조도 망해라"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려는 조짐을 보이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매년 계속되는 현대차의 파업에 애초 주의의 시선이 곱지 않았으나 최근 극심한 경제위기감까지 겹쳐 비난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특히 구조조정도 아닌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실시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15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 결의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관련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비공개로 전환하기 전인 16일 오후까지 파업 자제를 요구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랐다.



필명 '짝손'은 "(파업으로) 일년이 열한달 밖에 되지 않는 회사"라며 "세금으로 자동차 업계 지원 한다는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팬더푸우'는 "이 참에 쌍용쪽 인원으로 채우는게 나을 거 같다"고 꼬집었다. '가는세월'은 "중소기업은 일거리가 없어서 휴업하고 인원 감축에 급여삭감하는 와중에 파업이라니 현대차 노조는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라며 비판했다.

조합원들도 여론의 역풍과 회사 사정을 우려했다. 전주공장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노조 게시판에 "국민정서 건드려서 우리한테 좋은 게 뭐냐"며 "이 어려운 시기에 제발 파업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울산 1공장에 근무한다는 네티즌도 "명분보다는 살아남는 방법이 중요하다"며 "당장의 이익을 위해 파업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 현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울산공장에서 25년 간 근무한 한 생산직 직원은 "현장에서도 이번 파업결의에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며 "경제가 전반적으로 다 어렵다는데 파업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들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울산공장 명촌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42)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며 "현대차가 잘 안 돌아가면 중소협력사들과 장사하는 사람들 줄줄이 타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시민은 "파업에 질려 울산에서조차 현대차 안사겠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단협에서 현행 주야간 2교대(10+10시간)를 오전 6시30분부터 연속 2교대(8+9시간)로 바꾸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합의했으나 경기불황에 따른 물량감소로 올 1월 시범실시에 차질을 빚어왔다. 사측은 16일 2교대제를 1월 중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노조는 "임금보전과 세부사항 문제가 협의되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홈페이지(www.hmwu.or.kr) 자유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안팎에서는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반대까지 표면화되면 노조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 아니겠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노조 관계자는 18일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회원만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원래 1월부터 할 계획이었다"라며 "너무 공개돼서 회원 가입한 조합원들만 보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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