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기다렸던 '내성 테스트'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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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 재확산 가능성은 낮아보여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 재부각 우려에 휘청대고 있다.

지난해 45번이나 사이렌을 울리며 여의도를 질주하던 '사이드카'도 올들어 처음 모습을 선보였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차 가중되고 있다. 국내증시도 이같은 한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5일 오전 11시36분 현재 전날에 비해 53.21포인트(4.50%) 하락한 1129.47을 기록하며 올들어 최대 수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20.5원 오른 1368원을 나타내며 지난해 연말 대비 100원 이상 상승했다.

5년물 외평채 크레디프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4.5% 오르면서 309.40을 기록하며 단기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의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외평채 CDS 급등은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절정을 이룰 당시 익숙하게 보아왔던 현상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시 예전의 혼란으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우려다.

실적 부담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재기를 노리던 코스피시장은 미국발 금융불안에 다시 강한 펀치를 맞고 일단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다.


금융불안의 재부각은 위기에 몰려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미국 씨티그룹이 이번에도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 자칫 리먼브라더스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도이치방크도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인 63억 달러의 손실을 발표하면서 씨티불안에 동조했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지난해 10월 전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인지에 쏠려있다. 한번 뜨거운 불에 손에 데여 생채기를 입은 화상흔적은 불만봐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극도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씨티그룹 등 미국발 금융불안이 2차 공습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다진 내성과 시중에 풀려 대기중인 유동성이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지원 키움증권 (132,000원 ▲400 +0.30%) 연구원은 "금융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신용시장이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미국 다우존스지수 를 비롯한 미국증시의 변동성과 관계없이 개선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TED 스프레드와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의 향방을 가늠하는 오버나잇인덱스 스프레드(OIS)는 전날 대비 각각 1.2bp와 1.9bp 하락하며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신용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모기지 금리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주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고정금리는 전주보다 0.18% 하락한 4.89%를 기록했다.

이는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모기지 신청활동도 리파이낸싱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키움증권은 분석했다.



모기지 신청지수는 지난주 대비 15.8% 증가한 1324.8포인트로 2003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리파이낸싱 신청비율도 지난주 79.8%보다 상승한 85.3%를 기록했다.

모기지금리의 하락과 안정은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원인물질이 희석되면서 증시의 불안과는 달리 신용시장에서는 희망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 연구원은 "미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상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기는 하겠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 결과일 뿐"이라며 "이미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지난 4분기 상황이 최악의 구간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변동을 넘어 주식시장의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적발표 이후 형성되는 향후 전망일 것이며 최근 미국의 신용시장과 모기지시장을 살펴보면 개선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어 금융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증시가 반등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폭락세로 돌아서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박옥의 IBK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금융시장 상황이 지난해 10월 동반 불안을 보일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주목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책과 실행의지, 신용 스프레드의 빠른 개선 등이 돋보인다"며 "미국 우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우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눈에 띄게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오바마 정부가 정식 출범하지 않음에 따라 정책 실행 시점이 늦춰지면서 주가 반등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명박 정부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동준 현대증권 (7,370원 ▲10 +0.1%) 채권팀장도 "이날 미국발 금융불안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기업어음과 회사채시장은 크게 요동치지 않는 모습"이라며 "아직까지는 큰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호된 시련을 당하고 나면 엔간한 강도의 충격에는 내성이 생기는 법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융위기 상황도 급작스럽게 다가온 지난해 10월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성을 테스트하는 코스피시장을 주시하며 다가온 공포에 이성적이고 유연하게 재처하는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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