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실적 기정사실화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1.14 17:08
글자크기

실적에 대한 미련 버리고 새로운 정책 기대감에 관심

14일 국내증시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기업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 항해를 시작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코스피시장은 이날 실적부담 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과 국내 은행의 중소 조선ㆍ건설사 지원, 정부여당이 키코(KIKO) 손실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발언 등 호재가 영향력을 미쳤다.



코스닥시장은 연초 이후 지난 12일 2.0%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날마다 상승했다. 지난해 말 332.05이던 지수는 14일 364,63으로 마쳐 연초 대비 9.8%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오름세를 주도하는 원동력은 정책테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신성장동력 육성 사업 등 정책 호재에 힘입어 헬스케어와 로봇, 금속, 운하 관련 등 '테마주'들이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등 국내증시뿐 아니라 아시아주요증시도 실적 공포에서 탈피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소니가 14년만에 적자를 나타냈다는 소식 등 실적우려감으로 4.8% 급락했지만 하룻만에 실적쇼크를 딛고 0.3% 오름세로 전환했다. 중국상하이종합지수도 국무원이 10대 주요 산업에 대한 지원책 집중 논의한 뒤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증시부양을 위해 '차스닥'출범 등 대책이 새어나오면서 3.5% 급등세로 마무리됐다.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주요증시의 반등세는 이제 실적에 미련을 두지 말고 새로운 정책 기대감에 관심이 재차 쏠리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2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타면서 1347.5원에 마감됐다. 2거래일 전 1359원을 기록하며 12월 중순 수준으로 돌아갔던 환율이 이틀 새 11.5원 급락하며 외환시장이 안정감을 찾는 점도 증시에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시중 유동성이 슬슬 움직이는 점도 향후 증시 분위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무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외국인도 412억원의 순매수로 규모는 적지만 2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로 돌아서면서 희망적인 신호를 던지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132,000원 ▲400 +0.30%) 연구원은 "미국의 유동성이 보강되면서 국내 외국인 매수는 이어질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이 밝혔듯 FRB가 장기국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경우 외국인 매수 폭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 국채시장의 버블 가능성은 높아진 반면 시중 유동성이 더욱 보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품시장과 신흥공업국 증시로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강조했다.



마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과 경기침체 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기업실적 부진과 경기침체 징후가 향후 시장에 반영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다시 심화되지 않고,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는 한 최근의 증시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주식을 사든 개인이나 국내 기관이 주식을 사든 주식매수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 상태다.



서 연구원은 "한국의 실질 잉여유동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에 비해 2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잉여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빌미가 있어야 한다. 서 연구원은 이같은 빌미를 구조조정이 신속히 진행돼 펀더멘털에 대한 개선이 보이기 시작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저점이라는 확신을 증시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연구원도 넘치는 유동성의 증시 환류를 배제하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머니마켓펀드(MMF)에 101조원이 넘는 자금이 대기하는 등 시중 유동성은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이 채권으로 흘러들 것인지, 증시로 흘러들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풍부한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 미국의 사례를 볼 때 금리인하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유동성의 변곡점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급격한 자금 이동이 있었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이 연구원은 "현재의 어려운 경기 여건을 볼 때 기준금리의 인하 마무리 시점이 크게 늦춰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미국 사례를 볼 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미래에셋증권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