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로 거대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8일 기업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1500억원어치가 절묘하게 발행된 것을 놓고 증권가의 추측이 무성하다. 9일 국고채 등 다른 채권금리가 오르는 와중에서도 3개월물 CD금리는 0.07%포인트 추가하락, 3.18%로 마감했다.
8일은 대통령 주재로 첫 워룸회의(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한 날인데다, 한국은행 금통위를 하루 앞둔 날이다. 게다가 낙찰된 금리도 다른 시중은행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다. 이 때문에 전체 CD 금리 하락을 유인키 위해 정부가 '입김'을 넣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CD금리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것이 채권시장 의심이다. CD는 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역할해 그 수준이 가계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8일 기업은행의 CD 1500억원어치는 2.90%에 전액 낙찰됐다. 이는 전일 CD 금리(증권업협회 기준) 3.92%보다 1.02%포인트나 낮은 금리다. 기업은행의 CD나 은행채는 정부의 보증이 들어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일반 시중 은행보다 보통 0.13~0.18%포인트 가량 낮은 금리로 거래돼 왔다.
또 종전에 발행한 기업은행 CD 금리와 비교해도 금리 폭이 많이 차이 난다. 기업은행은 작년 12월23일 CD 500억원을 3.98%에 발행한 바 있다. 기업은행의 CD 금리는 한 달도 채 안 돼 1.08%포인트나 급락한 것. 기업은행의 CD 발행이 마무리되자 이날 시중은행의 CD 금리는 전날보다 0.67%포인트 하락했다.
한 채권 관계자는 "MMF의 은행별 편입비중은 5%로 제한돼 있는데 기업은행이 최근 CD 발행을 안했기 때문에 (기업은행 CD를)매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금리 수준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낮아 금리 하락을 원하는 정부의 간접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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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업은행측은 이런 추측에 대해 부인했다. 기업은행 자금팀 관계자는 "CD는 은행의 자금 상황에 맞춰 발행했을 뿐이고 돈이 몰리고 있는 MMF에서 마땅히 운용할 곳이 없자 매수세가 몰려 금리 하락을 유도했다"며 "6개월짜리 중금채도 3% 금리로 발행했기 때문에 CD 금리가 이보다 낮았던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