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계기로 싸고 좋은 한국산에 세계가 주목"

대담=권성희 정경부장,정리=최명용 기자 2009.01.09 08:41
글자크기

[머투초대석]조환익 코트라 사장.."수출상담회마다 해외바이어 신청 쇄도"

"역(逆)샌드위치로 글로벌 불황을 이겨내자"

조환익 코트라(KOTRA) 사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오히려 수출 확대의 기회로 삼자며 '역 샌드위치론'을 강조하고 나섰다.금융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올해 수출여건은 예년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 사장은 위기 속에 희망이 있다는 지론을 펼친다.

한국 경제 위기론을 거론할 때 흔히 제시되던 논리가 '샌드위치론'이었다. 중국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싸고 일본에 비해서는 품질이 떨어져 한국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샌드위치론을 뒤집으면 오히려 한국 제조업의 강점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한국 제품이 중국에 비해 품질은 우수하고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뛰어나 글로벌 경기침체 와중에 전세계 바이어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보는 역발상, 역 샌드위치론이다.

조 사장은 "세계적인 경기 위축 상황에서 한국 제품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연구기술(R&D) 투자를 확대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굵직한 수출상담회를 기획하는 등 분초를 아껴 뛰고 있는 조 사장을 만나 한국 수출의 활로를 들어봤다.
ⓒ사진=임성균 기자ⓒ사진=임성균 기자


-코트라가 8일부터 14일까지를 '바이코리아 위크'로 선포하고 다양한 수출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 뜨겁다고 하는데요.



▶오는 14일 열리는 수출상담회는 해외 바이어들이 직접 방문해 국내 기업들과 만나는 행사인데 예상 외로 참석하겠다는 바이어들이 많아 인원을 제한해야 했습니다. 당초 행사에 직접 오는 바이어는 500명, 온라인 상담 바이어는 500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직접 참석하고 싶다는 바이어가 1400여명이나 됐습니다. 장소 문제도 있고 해서 이 가운데 780여명만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연초는 유력 바이어들이 쉽게 움직이는 시기가 아닌데 저희도 깜짝 놀랐죠. 게다가 미국의 통신회사 AT&T, 미국의 반도체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세계 2위 시계 제조업체 스와치 등 글로벌 기업들도 대거 참여합니다. 수출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기회 요인도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느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호응도도 높습니다. 일주일간 12개의 수출행사가 열리는데 수출상담회 빼곤 모두 유료인데도 참여 신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진출 전략설명회의 경우 500석을 마련했는데 530명이 참석했고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 수출기업들은 절박하다는 얘기겠죠.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현명한 구매를 하려는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품질 대비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이 결과 바이어들도 과거의 친분관계를 떠나 글로벌 아웃소싱을 해보자는 분위기입니다.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위해 눈길을 돌릴만한 곳은 아시아권,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뿐입니다. 그런데 중국 제품, 특히 정밀도가 요구되는 기계류와 전자부품은 글로벌 기업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게 현실입니다. 더욱이 위안화 강세로 가격 장점도 많이 줄었구요.

일본 제품은 과거엔 품질면에서 월등히 앞섰는데 이제는 한국 제품과 품질 간격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만은 산업의 구성이 제한적이란 점이 단점입니다. 한국처럼 섬유부터 선박까지, 작은 주사바늘부터 거대한 오일 탱커까지 생산하는 나라가 없어요.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한국의 역 샌드위치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불황 계기로 싸고 좋은 한국산에 세계가 주목"
▶홍콩에 마스크팩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있는데 지난달 수출이 전월 대비 200%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25일에는 한국 중소기업 13개사가 홍콩에서 공동 IR(기업설명회)를 열었는데 유력 벤처캐피털 50여개가 참여하는 등 투자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실제 3건 정도는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독일의 유력 자동차회사인 오펠이 자사 1층 로비에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자동차회사 본사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정부 정보기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는데 오펠이 한국 부품회사에 본사 1층을 열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유럽 제조업체 입장에서 중국 부품은 아직 정교성이 떨어지고 일본 부품은 정밀하긴 한데 가격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한국 제품은 일본 부품에 버금가는 품질을 갖춘데다 가격경쟁력도 있어요.



-글로벌 침체 때문에 한국 제조업의 샌드위치 상황이 오히려 강점으로 변한 측면이 있는데요, 위기 이후를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제품이 최근 각광 받는 이유 중의 하나로 환율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한국 제품에 20~30%정도 가격경쟁력이 생긴 것이 지금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러 약세가 될 가능성도 있고 또 수출을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맡겨 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위기 때 오히려 성장한 기업들을 보면 감원 등 구조조정보다는 R&D와 생산성 혁신, 경영 효율화 등에 주력했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 중소기업들이 당장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연구소를 없앴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기 때 오히려 잠재력을 키워야 하는데 역행을 한 겁니다. 지금은 역 샌드위치로 기회를 잡는 한편 잠재력을 키울 때입니다. 전세계가 경제위기 상황이니 이럴 때는 해외 연구인력, 기술인력도 싸게 들여올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수 인력을 확보해 R&D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코트라도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 부족률은 10%가 넘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헤드헌터를 통해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큽니다. 이걸 코트라가 대신하겠다는 겁니다. 기업들이 어떤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을 하면 거기에 맞는 인재를 물색해 연결시켜 주는 사업입니다. 지난해에 예산을 확보해 일부 인력을 이미 유치했고 올해는 약 300명 정도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관련, 3중(中) 수출시장을 뚫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계신데요.



▶3중 시장이란 중국, 중동, 중남미를 말하는데 공교롭게 모두 '중'이란 글자가 붙어 3중 시장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마디로 돈이 있는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은 엄청난 외환보유액으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격차를 줄이고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런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동은 유가가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돈이 많은 부자 지역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 중동 자동차 수출이 무려 54%나 늘었습니다. 기계나 플랜트 등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구요. 또 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펀드 대부분이 중동에 있습니다. 아부다비 투자청을 비롯해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의 자본을 한국에 유치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중남미 시장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플랜트 수요가 많은데다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게다가 중남미 국가들은 한번씩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의외로 글로벌 위기의 타격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물론 3중 시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도 소홀히 할 수는 없지요.



-이번 '바이코리아' 수출상담회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불황 계기로 싸고 좋은 한국산에 세계가 주목"
▶뱃길이 끊어졌을 때 배 역할을 하는 게 코트라입니다.(조 사장은 올해 사장성어로 절도봉주(絶渡逢舟)를 꼽았다. 절도봉주는 청나라 소설가 샤징취의 소설, '야수폭언'에 나오는 말로 '건너갈 길이 끊어진 곳에서 출로(出路), 즉 배를 만나다'라는 뜻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길은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수출이 어려울 때일수록 코트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거의 매주, 매달 수출 관련 행사를 진행해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를 연결시켜줄 계획입니다. 국내 기업을 수출전시회에 내보내기도 하고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기도 하는 등 수출 지원 활동에 주력해야죠. 지난해에 해외 바이어를 약 3000명 정도 초청했는데 올해는 50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해외 전시회 참여는 지난해보다 1.5배 수준으로 늘리고 가급적 상반기에 이런 행사를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