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사회에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방안 등 주요 회생방안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노사 양쪽은 서로를 압박하며 본격 협의에 대비하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5일 “쌍용차 대주주가 앞으로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야 (지원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상하이차 측이 아직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아 공식 협의는 없지만 실무선에서 접촉은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 6일 끝난 쟁의행위 찬반투표 후 개표를 하지 않고 투표함을 컨테이너 박스에 넣은 뒤 용접했다. 상하이차에 사태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다시한번 촉구하며 최후의 기회를 준다는 것. 노조는 컨테이너 박스를 ‘판도라의 상자’라 이름 붙인 뒤 “열쇠는 상하이차가 쥐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 가결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이후 상황에 따라 언제든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음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컨테이너는 평택공장 정문 바로 안 천막농성장에 놓였다. 공을 대주주에 넘기면서 극단적 충돌로 치달을 경우 지게 될 여론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노조는 현재 ‘현장 선봉대’를 모집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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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대화가 부족하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하이차가 그동안 안갯속 행보를 보여 2번 진행된 노사협의에서 구체적 얘기는 오고 가지 못했다.
추후 협의과정은 거치겠지만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이 포함된다면 노사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반발을 빌미로 상하이차가 철수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1년 2월 대우자동차가 부평공장 생산직 1751명을 정리해고하자 부평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조의 상경 투쟁에 인천과 서울 일대에서는 3월까지 경찰의 곤봉과 시위대의 화염병이 난무하는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는 “대량 정리해고는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최악의 선택”이라며 “쌍용차는 노사 뿐만 아니라 대주주까지 끼여 있어 문제가 복잡하지만 대화로 신뢰를 회복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고통분담을 위해선 회사를 살리겠다는 상호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