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프로그램 부메랑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1.0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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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프로그램 순매수, 1월 순매도로 전환된 경우 많아

'토붕와해(土崩瓦解; 흙이 붕괴되고 기와가 깨지는 것처럼 수습할 수 없는 상태)라고 표현될만큼 끔찍했던 2008년이 지나고 '소의 해'가 밝았다.

'소의 해'인만큼 올해 시장에 '황소의 질주'가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다들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당장 새해 첫달부터 만만찮은 악재들이 대기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물의 우려, 구조조정의 시작, 실적발표 시즌의 개막이 그것이다.



우선 증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1월의 악재는 '수급'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12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연말 결산을 마무리한 이들에게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11~12월 우리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던 동력 중 하나였던 프로그램 매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1월 효과'는 실증적으로 검증되지 않지만 '1월 프로그램 순매도'는 검증된다는 분석(한국투자증권)까지 나온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옵션만기일까지 연말에 유입된 프로그램 물량이 대부분 청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 시장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보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수차익거래 잔고가 누적돼 있는 가운데 선물연계 프로그램 매매가 매도 우위로 반전되곤 했던 1월을 맞이하게 됐다"며 "1월 프로그램 수급은 시장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물론 프로그램 매물이 나온다고 해서 지수가 무조건 조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을 때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보면 1월 증시에서 프로그램의 위력에 대한 우려를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물 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금융권은 건설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기준을 마련했다. 평가기준에 따르면 건설사는 100곳 이상, 조선사는 15곳 이상이 퇴출대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거쳐가야 할 길이지만 시장이 그 길에서 휘청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칼을 뽑아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칼을 휘두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이밖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 12월과 4분기 각종 경제지표 등도 1월 증시를 억누를 부담으로 지적된다.



미국 신정부 출범, 새해를 맞아 내놓을 각종 경기부양대책 등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 있지만 정책, 또는 정책의 효과는 멀리 있고 현실은 당장 코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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