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IB, 도전과 응전의 첫장이 열리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9.01.0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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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IB성공의 길] (1)막오른 자통법시대

자본시장통합법(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이 올 2월 시행되며 무한경쟁의 시대가 개막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무한경쟁의 무대가 국내와, 미국과 유럽의 대형투자은행(IB)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머징 시장 정도였다면 최근 반년새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이자 투자은행의 전범으로 꼽혀오던 선진 IB들은 금융위기에 침몰하거나 표류하고 있다. 한국판 리먼브러더스나 한국판 골드만삭스보다 한국형 IB 자체의 출범과 순항이 관심사가 된 것이다.



자통법은 금융권 전체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자통법은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업법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증권선물거래소법 등 증권 관련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종금사 등은 금융투자사라는 업종의 회사로 장기적으로 합쳐지게 된다. 신설되는 금융투자회사는 투자매매, 중개, 자문, 신탁 등 6개 업무를 전부 취급할 수도 있고 원하는 업종만 골라 할 수도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무한경쟁 속 무한 아이디어 상품 뜬다 =자통법 시대가 개막되면 증권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네거티브시스템(포괄주의) 적용을 받아 금지된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어떤 상품이든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증권사에 대한 은행의 경계감을 한껏 고조시켰던 자산관리계좌(CMA)는 시험대에 불과하다.



CMA 계좌를 가진 투자자는 은행 통장이 없어도 신용카드 결제, 자금 이체, 송금, 수시 입출금 등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앞으로는 증권사 CMA 계좌가 월급통장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확장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투자금융회사 출범 후 제2의 CMA 같은 대박상품을 준비하기 위해 뛰고 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범위가 지금 보다 훨씬 더 넓어지게 돼 향후 날씨나 온도 같은 지수도 계량화해 기초자산으로 삼을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의 각개약진도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 IB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증권은 한국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 지수편입에 맞춰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해외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베트남, 미국, 영국, 브라질 등 해외진출이 활발했던 미래에셋증권도 추가로 해외법인 영업인가 획득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IMF 이후 1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실채권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사라진 글로벌 IB..한국형IB 활로는 있다 = 지난해 미국발 금융 위기가 지속된 후로 특히 리먼브러더스와 바클레이즈의 파산신청 이후 자통법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자통법 시행 이후 국내 투자금융사의 IB모델이 사라졌고 지나친 레버리지(부채활용) 사업에 대한 경계감 등 금융업 규제 완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기존 방안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미국.유럽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의 상황이 전혀 다른 만큼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장은 “글로벌 금융사의 위기 등 최근 사태는 1990년 이후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각종 자산에 투자하는 자기자본투자(PI) 업무가 확대돼 부실화되면서 '헤지펀드형' IB가 실패한 것"이라며 한국형 IB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즈 등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40~50배로 과도한 데다 IB에 대한 감독과 재무건전성 규제가 엄격하지 못해 부실화될 수 밖에 없었던 반면 한국 증권사의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3~4배 정도로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



IB 역할을 상업은행이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오고 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신을 받아 여신 제공을 주로 하는 은행이 위험투자로 부실화 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며 IB의 영역은 금융투자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IB, 도전과 응전의 첫장이 열리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불완전판매 근절
자통법 시행은 업계에는 무한경쟁을 강요하지만 금융소비자에게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철저한 보호대책의 혜택을 가져다 준다. 정부는 2005년부터 해마다 펀드 등의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보호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적합성 원칙’(투자자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펀드 등)을 권해줘야 한다는 원칙)은 업계 등의 반대로 시행이 늦어져 지난해 자통법 제정과정에서 비로소 포함됐다.

그동안은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그에 대한 입증을 해야 했지만 자통법 시행 후에는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불완전판매 입증책임이 판매사로 넘어가게 된다.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면 파생상품 펀드는 개인이 아니라 금융정보에 정통한 기관 등에 주로 판매해야 한다.



최봉환 자산운용협회 부회장은 "다양한 회사들의 추가설립 등 업계의 무한경쟁은 소비자의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펀드 대중화와 자통법, 연금 제도 등의 결합은 새로운 사회복지 제도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월 출범하는 금융투자협회 초대회장을 맡게 된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금융회사들은 자통법 시행으로 업무영역이 확장되는 만큼 책임도 크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며 "펀드 불완전 판매가 재발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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