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마감]경기둔화에 '베팅' 금리하락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8.12.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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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 악화·국민연금 채권매수 확대 호재로 작용

채권시장이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일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로 마감했다. 연말에 거래가 뜸한 가운데 보합으로 마감하던 종전의 흐름과 달리 최근들어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월말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기 침체를 지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3.61%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5년물은 전일대비 0.05%포인트 내린 4.02%에, 국고채 10년물은 0.05%포인트 하락한 4.40%에 마감했다.



국채선물도 은행과 외국인이 각각 1065계약, 159계약 순매수하며 전날에 비해 19틱 상승한 111.89로 마쳤다.

연말을 앞둔 채권시장의 특성상 거래가 적은 가운데 일부 매수세 유입에 금리가 위아래로 즉각 반응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2월 들어 하루를 빼고 계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제로' 금리로 인한 자금의 조달비용 감소와 환율의 안정흐름이 국내 투자 여건을 호전시킨 게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원인.

정성민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 산업생산 결과에 대해 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 6~7% 정도가 컨센서스로 형성되고 있다"며 지난 10월 산업생산이 마이너스 2.2%였던 점에 비춰 경기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증거"라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약해졌지만 극도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 재료를 시장이 그냥 놓치기는 아쉬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연말엔 보통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산업생산 결과를 노린 베팅이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며 "현물쪽에선 그간 금리가 많이 내려간 국고채보다 산금채나 공사채 등 비교적 신용 위험이 낮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채권이 더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채권 투자 확대는 내년 국채발행 물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국민연금은 제8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내년 채권투자 비중을 66.4%에서 73.4%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주식은 29.7%에서 20.6%로 투자 비중을 낮췄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국채발행 순증 규모는 43조3000억원에 달하므로 국민연금에서 중장기적 자산배분 전략을 조정해 공급 물량을 받아줘야 한다"며 "채권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고채 금리가 3.6대까지 내려와 기준 금리를 추가로 인하 하지 않으면 더 내려오기가 버거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국고채 10년물이나 장기물이 강세 보이는 이유도 이런 탓"이라고 진단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산업생산이 전년동월에 비해 6.5% 나빠질 것으로 보여 내년 1분기까지 더 악화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내년 1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추가로 내릴 것으로 보이고 국고채 스프레드(기준금리 대비)가 축소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용물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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