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공룡이 되어버린 거대펀드

이진수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8.12.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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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2.0] 공룡이 되어버린 거대펀드


중생기의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거대한 몸에 비해 뇌용량이 매우 작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스테고소러스라는 공룡은 몸무게가 3.3톤인 반면 뇌의 무게는 60g으로 뇌의 무게와 몸무게의 비율이 코끼리의 30분의1에 불과했다고 합니다(우항리 공룡박물관 자료). 뇌용량이 작은 공룡의 지능은 매우 낮았고 이로 인해 공룡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거대한 조직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상하 계층구조가 복잡한 조직에서는 구성원 간에 의사소통이 어려움에 따라 의사결정과 그 실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는 조직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Lopez-de-Silanes and Phalippou, 2008, 'Private Equity Investments: Performance and Diseconomies of Scale')에 따르면 사모펀드(private equity)의 경우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을 기존 주주로부터 인수하여 성과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이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주식의 거래소 상장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펀드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1973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등 33개국에서 이루어진 4848건의 사모펀드 투자를 분석했는데 규모가 작은 하위 25%의 연평균 수익률은 36%였던 반면 규모가 큰 상위 25%의 연평균 수익률은 12%에 불과했습니다. 이 결과는 펀드규모가 클 경우 일반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인원이 많고 계층구조가 복잡해 펀드 운용인력간 의사소통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펀드규모와 성과의 부정적인 관계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가입하는 뮤추얼펀드에서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Chen, Hong, Huang, and Kubik, 2004, 'Does Fund Size Erode Mutual Fund Performance? The Role of Liquidity and Organization', American Economic Review)

그러면 어떠한 방법으로 펀드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과가 낮아지는 경향을 상쇄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공룡의 경우에는 뇌용량을 키우거나 몸집을 줄이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펀드의 경우에는 투자경험이 많은 펀드회사 또는 운용인력을 고용하거나 계층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모펀드에 관한 위의 연구에 따르면 펀드회사 또는 운용인력의 투자경험이 많거나 계층구조가 단순한 사모펀드에서는 펀드규모와 성과의 부정적인 관계가 훨씬 약해지거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2007년말 우리나라 펀드산업의 순자산 규모는 318조원으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및 적금의 합계인 311조원보다 컸습니다. 최근 금융위기 과정에서 펀드산업의 자산규모가 다소 감소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펀드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펀드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요한 투자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펀드규모를 포함한 우리나라 펀드수익률 연구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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