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사회적기업가 될래요"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9.01.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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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사회적기업 제품 팔아 기아아동 돕는 레인보우브릿지 청년들

↑왼쪽부터 나해선 채진호 장은종 김정현 씨. ⓒ레인보우 브릿지↑왼쪽부터 나해선 채진호 장은종 김정현 씨. ⓒ레인보우 브릿지


새해 나이 아직 23세에서 29세. 눈빛이 형형한 5명의 청년들은 매주 화요일 정오, 일요일에 모여 돈 벌 궁리를 한다.

김정현(23, 카톨릭대 영문과), 나해선(24,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장은종(25, KDI 연구원), 허정우(29, 경희대 사회학과 졸업), 채진호(28, 아주대 e비즈니스학과 졸업).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벌써 돈독이 올랐느냐'고 탓한다면, 오해다. 이들은 예비사회적기업 '레인보우 브릿지'의 공동대표들이다. 사회적기업이란, 돈 벌어서 좋은 일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해 돈 벌어 다시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이들은 위캔쿠키 등 사회적기업 물품을 팔아 남긴 이익으로 아이티공화국의 진흙쿠키 먹는 아이들한테 식량을 보내려고 지난해 10월 초 '레인보우 브릿지'를 차렸다. 나해선 씨는 "우연하게 두 가지 아이템을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난해 3월부터 '소시지팩토리'에 참여했어요. 넥스터스, 희망제작소와 함께 만든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에요. 지난해 여름, 위캔쿠키 같이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제품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던 차에 TV에서 아이티 공화국의 진흙쿠키 먹는 아이들을 봤어요. 너무 안쓰러웠어요."



멤버들은 고민했다. '아이티공화국의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 진흙을 햇볕에 말려 먹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 나해선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왕이면 사회적기업을 홍보하면서 수익을 내 아이티를 돕자!"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더군요. 물건이 안 팔리면 재투자를 못하고 지속가능성장을 못하게 되지요. 우리는 착한 제품과 소비자를 만나게 하고 싶었어요. '레인보우 브릿지'란 기업명도 그래서 나왔죠. 사회적기업과 소비자 연결시키는 다리, 한국과 아이티를 연결하는 다리라는 뜻으로요."

기업설립 종자돈 1000만 원은 인터넷 상거래 회사인 G마켓이 주최한 '사회적 기업가 제안' 공모전 상금으로 조달했다. 사무실은 함께일하는재단(구 실업극복국민재단)이 저렴하게 빌려줬다. 각자 전공을 살려 나씨는 홍보·마케팅을, 김씨와 채씨는 판매와 회계를, 장씨와 허씨는 기획과 경영을 맡았다.


이들의 첫 판매대는 '경희대 캠퍼스'였다. 가장 익숙한 소비자층부터 만난 것이다. 첫 판매상품들은 장애인 일자리를 만드는 '위캔쿠키'와 동티모르 농민을 돕는 공정무역커피 '피스커피'였다. 홍보 문구는 "맛있는 위캔쿠키 먹고 진흙쿠키 없애요".

학기가 끝나자 이들은 판매처를 회기와 서빙고에 위치한 '사랑의 줄잇기 가게'로 넓혔다. 이번엔 판매물품이 좀 많아졌다. 위캔쿠키, 피스커피 등 사회적기업 상품뿐 아니라 지역소기업들이 만든 녹색상품들을 구비했다. 온라인 공동구매 캠페인(rainbow-bridge.tistory.com)도 시작했다.



"쿠키와 커피를 팔면서 '사회적기업이 지원 없이 스스로 자립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뼈저리게 느꼈어요. 우리의 목표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는데, 그러려면 지속적 수익이 필요했고 쿠키만 팔아선 안 되겠다는 인식을 하게 됐죠. 좋은 일도 하려면 먹고 살아야겠구나."

이들은 이로운몰(www.erounmall.com)을 두드렸다. 2009년 2월 2일 런칭을 목표로 아직 프리오픈 상태인 이 쇼핑몰은 자기 사이트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설 선물용 공동구매 리스트를 구성해줬다. 이 판매이익은 전액 아이티공화국의 기아아동 돕기와 레인보우 브릿지 운영비 조성에 쓰인다.

"우리는 오프라인 판매 쪽으로만 활동했거든요.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어요. 온라인에서도 착한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다리가 되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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