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연일 경제위기 부각시키는 이유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2.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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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연일 경제위기 부각시키는 이유


"내년이 더 힘들 것 같아 송구스럽다"(23일 일하는 서민 오찬간담회에서),
"내년에 플러스 성장하는 게 목표다"(24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 위기다"(27일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내년에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우리는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 특유의 낙관론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반면 "통상적으로 경험하고 상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의 고충을 호소하는 발언이 잇따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보다 심각한 경제위기 실상 공개"=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았다. 통상 3월까지 이뤄지던 새해 업무보고를 연말까지 마치고 새해 벽두부터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에 따라 토요일에도 강행군에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내년 1분기와 2분기가 이번 경제위기의 최하점이 될 것"이라며 "어쩌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지 모르는 위기"라고 말했다. "내년 연평균으로는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3% 내외'로 제시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보다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보건복지부,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냐, 2%냐, 1%냐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논하고 있지만 지금은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우려 표명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계 경제위기의 실상을 공개하고 공직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했지만 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보다 훨씬 나쁜 -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올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플러스 성장하는 나라가 거의 없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더욱 어려움이 예상 된다"며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예산을 당장 투입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단합과 고통분담 호소 목적도"=이 대통령의 경제위기론 부각에는 국민적 단합과 경제 주체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사상 초유의 이번 위기를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전 국민적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7일 "한국은 어렵다,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에는 주말에 차가 한산하고, 미국은 크리스마스 시즌인데도 썰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데, 우리는 주말에 과거와 똑같이 차가 밀리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26일에는 "대기업이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주력업종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처음으로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이번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오는 1월2일 새해 국정구상을 밝히는 신년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문에서 경제위기가 비상한 상황 인 만큼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국민적 단합과 경제 주체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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