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해외진출 '올 스톱'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2.29 07:36
글자크기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 해외지점도 자금조달에 고전

은행권의 내년 해외진출 계획이 '백지' 상태다. 연말이면 으레 의욕적인 계획을 선보인 예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자본확충이 시급한 터라 해외로 새는 자금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지점 역시 차입여건이 좋지 않아 대출을 줄이는 등 현상유지도 빠듯하다는 전언이다.

◇해외지점, 자금조달 총력전=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 가운데 중국과 일본점포가 특히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해외점포는 운용자금을 본점이 아닌 현지에서 직접 조달해왔다.



하지만 최근 현지에서 국내은행의 리스크를 높게 잡는 바람에 위안화와 엔화조달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돈줄이 막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온 대출에 대해 상환을 연장해주거나 중국 현지 은행의 대출을 갚아야 하는 기업에 일부 대출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밖에 신규대출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전했다.



유럽지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로화 조달에는 별다른 막힘이 없으나 달러 구하기가 만만찮다. 유럽 현지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외국계 은행과 달러 거래를 제한한 탓이다. 개인고객을 상대로 예수금업무가 가능한 미국과 캐나다지점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업력을 자금조달에 쏟을 수밖에 없다. 중국지점은 달러나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위안화를 구하고 있다. 또 현지 금융기관에서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 크레디트라인이 줄면 결국 본점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내년 신규 진출 '제로'=수익성이 떨어지자 내년에 해외 신규 점포를 내겠다는 은행이 전무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해외점포 인가를 받아 놓았으나 당분간 개설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은행 인수·합병(M&A)에도 '찬바람'이 분다. 신한은행은 최근 러시아 지방은행을 인수하려다 최종 계약 직전 중단했다. 기업은행도 올 하반기 '베트남합작은행' 설립을 추진했다가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 은행을 인수할 경우 15%밖에 지분을 가질 수 없어 합작은행 설립을 추진했다"면서 "글로벌 금융 한파로 당분간 설립을 보류키로 했다"고 전했다.



은행권이 해외진출을 '올스톱'한 이유는 가능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지법인 설립이나 해외은행 M&A를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