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과 최원석의 악연

더벨 현상경 기자 2008.12.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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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이 기사는 12월22일(19: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한통운과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인연은 뿌리 깊다.



30년 이상 국영기업이었던 대한통운을 민간기업으로 바꾼 것이 최 전 회장 부친인 고 최준문 명예회장이었다. 2대째인 최 전 회장은 85년부터 대한통운 최대주주로 군림해 회사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다.

2000년 대한통운의 부도도 최 전 회장이 동아건설에 무리한 지급보증을 서도록 한 것이 원인이었다. '새 주인'을 만난 뒤 끝났다 싶은 양자의 인연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대한통운은 몇 달 전에도 시가 40억원대의 주식을 명목상 최 전 회장에게 발행해 줘야 했다. 사정은 이렇다.

대한통운은 올 6월 3개의 물류계열사(대한통운 국제물류, 한국복합물류, 아시아나공항개발)가운데 대한통운 국제물류(이하 국제물류)를 흡수합병(Merger 존속회사는 대한통운ㆍ소멸회사는 국제물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소멸회사가 존속회사보다 소규모라 주주총회 승인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결정되는 ‘소규모 합병’이었다. 합병비율은 1: 1.2633745, 즉 국제물류 주식 1주를 대한통운 주식 1.2633745로 바꿔 신주발행하는 형식이었다.


국제물류 지분은 대한통운이 88.3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11.62%(3만330여주)가 바로 최 전 회장의 소유였다.

합병비율에 따라 최 전 회장은 갖고 있던 국제물류 주식은 대한통운 주식 4만2074주(신주 발행)로 바꾸게 됐다. 합병거래 덕에 시장성이 거의 없던 국제물류 주식이 주당 8만원대 중반의 대한통운 지분으로 변신한 것.



이를 당장 시장에 내다 팔아도 36억원 이상, 내년 유상감자를 가정하면 최대 46억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온다.

물론 최 전 회장이 이를 팔아 현금을 쥐기는 어렵다. 해당 지분은 외환위기 전후 동아건설 등에 협조융자를 제공한 4개 은행에 담보로 제공됐다. 현재는 매각동의 등 일체의 권한이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이관돼 있다.

이런 사정을 짐작한 탓일까. 오히려 최 전 회장은 국제물류 합병에 반대 소송을 걸었다.



“외환위기 당시 채권단 대표인 서울은행이 동아그룹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생계보장’을 위해 국제물류를 내게 주기로 구두약속했다”며 “내 동의도 없이 국제물류를 합병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을 빼앗는 불법이자 계약위반”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서면계약도 없고 구두약정 증거도 없으며 약정후 10년이 지나 시효도 소멸됐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리고 국제물류는 9월9일 대한통운에 합병됐다.

호사가들은 최 전회장의 은밀한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최 전 회장에게는 대한통운에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다. 올 2월 대법원이 최 전 회장을 포함한 대한통운 옛 이사진 5명에게 대한통운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38억원을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한국경제를 움직였던 대기업 전 총수의 그림자는 여전히 한 구석에서 힘을 발휘하고 때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질긴 악연이 과연 언제 끝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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