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투기 우려를 명분으로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조치들을 모두 해제키로 한 결정은 참여정부 당시 도입한 부동산 대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동시에 정책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부동산 규제 대못 다 뽑는다=중앙 부처간 이견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던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서울 강남3구에 대한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마지막 남은 시장 규제로 모두 적잖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식의 정부 방침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우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건설업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분양 전략을 짤 수 있다. 특히 이 조치는 전매제한 폐지를 담고 있어 투자자 등 수요 측면에서도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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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5년간 한시적 양도소득세 면제도 나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외환위기 당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실시돼 3만여 가구의 미분양을 해소시키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에는 역부족=하지만 기존 완화 조치와 함께 이들 대책이 추가적으로 단행돼 사실상 모든 규제가 풀리더라도 현행 시장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거래 두절을 축으로 시장 불황을 야기하는 결정적 악재가 광범위하게 도사리고 있어서다.
최단기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악재가 '구조조정'이다. 각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업 쇼크'는 부동산시장에 최악의 상황을 안겨줄 수 있는 악재 중 악재로 꼽힌다.
전체적으로 수요 자금이 꽁꽁 묶여 있는 만큼, 부동산 규제 철폐가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특히 강남3구를 제외한 투기지역의 경우 이미 지정이 해제돼 주택담보대출이 자유로워 졌음에도 금융권이 대출 자체를 기피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는 점도 수요층의 시장 참여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자금력있는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가 어떤 규제 완화책을 내놔도 무용지물"이라며 "시장의 공포심리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집값은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 완화는 물론 각종 대책이 이어지고 있는 미분양도 마찬가지다. 미분양의 경우 한 마디로 돈이 돼야 한다. 계약하더라도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는 등의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만 기존 미분양 가운데 이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물건이 제한적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지금도 분양시장에 전매제한 없는 미분양이 수두룩하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전매제한, 양도세 등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