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내역 인위적 조절 '의혹'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정진우 기자 2008.12.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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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신고건수의 37%만 밝혀…전문가·네티즌 "모두 공개하라"

↑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http://rt.mltm.go.kr)↑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http://rt.mltm.go.kr)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최진웅(가명, 43) 씨는 부동산 하락기인 요즘 자신의 아파트가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에 접속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후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최 씨는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알아본 결과 최근 거래가 몇 건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국토부에 문의한 결과 모든 거래 건수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월부터 정부가 '부동산 실거래 신고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거래 건수의 일부만 공개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687건인데 비해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http://rt.mltm.go.kr)에 공개된 건수는 257건에 불과했다. 특히 강북구는 공개된 거래 건수가 단 한건도 없었고 중구는 1건만 공개됐다.



이처럼 아파트 거래 건수의 일부만 공개되자 일선 중개업자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강북구 C부동산 관계자는 "분명 많은 아파트들이 거래됐음에도 왜 공개건수는 극히 적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만형(가명, 38) 씨는 "정부가 공개하고 싶은 거래 내용만 보여주면 집값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모든 것을 공개하고 판단은 국민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도 "실거래가를 투명 공개하라"며 네티즌들이 온라인 청원을 벌이고 있다. 아이디 '목마와숙녀'는 "자유 시장경제 하에서 신고가액이 문제가 있다는 '부적정 가격'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장 참여자가 결정할 일"이라며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전체 공개를 촉구했다.


아이디 'goodian'은 "시행 초기에는 투기 열풍이 불 때였지만 지금은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급매물 가격조차도 매수자 입장에선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과연 신고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모든 거래 상황을 공개하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비공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아파트 거래시 여전히 업·다운 등 이중계약서를 이용,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줄이거나 시장가격을 교란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 감정가를 토대로 신고가격에 대한 적정성을 검증한 결과 지난해 145건의 허위신고를 적발했고 모두 245명의 허위신고자에게 총 19억 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시차'에 따른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즉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최근 계약이 이뤄졌더라도 뒤늦게 신고분에 포함될 수 있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거래에 대해 일일히 실거래가 조사를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면서 "검증 시스템을 더욱 구체화해 시장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조차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거래시장 투명화를 위해 실제 거래 내용 대부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많은 데이터를 공개할수록 주택 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실거래가 공개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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