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이민'? 복지투자로 노후설계를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8.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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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 HIM을]<3-2>연기금의 사회투자

우리는 미래에도 잘 살기 위해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적 연금에 보험료를 낸다. 그런데 그 때문에 현재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진다면? 미래에 주거비 등 생활비가 급등하거나 조기퇴직으로 소득이 줄어 연금에서 받는 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생활비가 낮은 동남아로 이민을 가야 할까?

이 때문에 일본의 공적연기금은 가입자에 대한 주택자금 융자, 체육시설 확대에 자금을 배분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연기금들은 가입자의 노후소득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사회투자(Community Investing)를 통해 '가입자 복지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올해 8월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기금의 복지사업 비중은 전체 기금 중 약 16.3%에 달했다. 1998년 말 기준으로 140조엔 중 약 22.9조엔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일본 공적연기금의 복지사업은 크게 환원융자사업과 복지시설 설치 등 두 가지다. 환원융자사업은 연기금 피보험자의 주택구입과 개보수, 사회복지시설에 융자한다. 또 연금 담보 융자도 제공한다.



복지시설을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연금 수급권자에게 자립을 지원하는 요양노인 홈(home)인 '선텔', 문화적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노인홈'부터 각종 후생연금병원, 보양홈, 간호사양성소, 스포츠센터와 휴가센터가 공적연기금 자금으로 건립됐다.

국민연금 보고서는 "일본 공적 연기금의 복지 투자로 다양한 복지시설이 확충되고 주택 소유율이 증가했다"며 "연금생활자들의 생활이 안정되는 효과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또 "고이즈미 총리의 광범위한 행정개혁이 추진되면서 일본 연금복지사업단은 해산됐지만 자금운용사업은 연금자금운용기금으로, 복지시설은 지방공공단체로 이전되어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연금이 입법을 통해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공무원, 국가유공자 등 가입자들을 위해 주택을 건설, 공급, 임대하거나 공공택지를 취득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금은 조만간 복지투자에 배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안홍준 제5정조위원장이 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지난 12일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금으로 △가입자의 노후설계를 위해 상담과 노후소득활동 지원 △복합노인복지시설 설치 △노인 재활치료용 수영장, 헬스장 등 체육시설을 설치 △보건복지가족부령이 정하는 복지사업에 출자할 수 있게 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제도는 보험료 납부와 급여지급 시점까지 10~40년이 소요되는 장기보험으로서 가입자에게는 많은 인내와 경제적 부담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력 있는 노인들이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 동남아 등지로 '그레이 이민'을 떠나고 있는 추세"라며 "가입자와 수급권자를 위해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복지사업 실시가 절실하다"고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은 복지 부문에 8월말 기준으로 기금적립금 228조원 중 0.1%를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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