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2위권 '주춤' 삼성은 '버티기'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2.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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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외 줄줄이 감산·투자축소… 1, 2위 격차 확대 계기 전망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극심한 불황이 업계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불황 여파가 선두권 기업에까지 파고들면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던 2~3위권 기업들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불황이 1, 2위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낸드 플래시 시장, 삼성전자 vs 도시바=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를 추격하던 2위 도시바의 기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15일 샌디스크와 함께 운영하는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의 낸드플래시 제3공장과 제4공장 가동을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12일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이후에도 두 공장의 가동률을 70%로 낮춰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대부분을 이 공장들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감산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내년 1월부터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낸드 플래시 시장의 경쟁 구도는 2위 도시바가 치고 나오면서 1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여가는 추세였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53.4%로 22.1%였던 도시바의 2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각각 42.1%대 27.5%, 42.2%대 27.4%로 차이가 크게 줄었다.



도시바는 감산 외에 샌디스크와 함께 설립키로 한 5, 6 공장 착공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착공 시점은 내년초다. 도시바는 지난해 말 4공장 가동과 함께 2009년 생산량을 당시 대비 2배로 늘리고, 5~6공장까지 가동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D램 시장, 삼성전자 vs 하이닉스, 엘피다= D램 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업계 2, 3위인 하이닉스와 일본 엘피다의 추격 기세가 현저히 약해졌다. 지난해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27.7%)를 6.4%포인트 차로 뒤쫓던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21.3%)는 올해 상반기 점유율이 19.1%로 삼성전자 30.1%와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하이닉스가 20~30%선의 추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어서 점유율 격차도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불황 심화로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1조~2조원선으로 책정했던 내년 투자 규모도 범위의 하단인 1조원대 초반, 경우에 따라서는 1조원 이하로 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를 줄이면 당장의 현금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승승장구하던 D램 업계 3위 엘피다도 실적 악화와 전환사채 문제 등으로 여의치가 않다. 엘피다는 지난 9월 중순부터 D램 생산량을 10% 축소했고, 최근에는 주가 급락으로 5억 5500만달러어치의 전환사채(CB)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악재를 만났다.

엘피다의 주가가 509엔 이하로 20일간 지속될 경우 노무라가 인수한 CB를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엘피다는 이미 지난 11일 전환사채를 재매입키로 했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 3위 업체들의 긴박한 움직임과 달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D램 부분에서도 감산없이 버티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불황이 심화되면서 2위 기업들의 추격이 주춤하고 있다"며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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