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 "선 계약-후 실사"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12.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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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저지와 시간부족으로 선계약 후 실사로 가닥

한화 (26,550원 ▼600 -2.21%)그룹의 대우조선해양 (32,050원 ▼850 -2.58%) 인수작업이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내년에 실사를 진행하는 '선계약 후실사'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실사 저지로 본계약전 실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화측은 이에 따라 산업은행에 상당 폭의 가격조정을 요구할 태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MOU를 체결할 당시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데다 본계약 전 실사까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핵심관계자는 18일 "사실상 연내에 실사가 이뤄지긴 힘들다고 보고 계약부터 체결하고 실사를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본계약일인 29일까지) 열흘이 남았는데 설령 그 사이에 노조를 만난다 해도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우선협상자로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만나 합의한 것이 법률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하므로 산업은행과 노조와 3자 대면은 힘들다"며 본계약 전 실사를 하기 위해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화는 노조의 요구사항 중 고용보장이나 기존 임단협 내용을 승계할 수 있지만 나머지 요구의 경우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는 또 산은이 노조를 설득해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사기간을 줄여가면서 무리하게 실사를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화는 실사를 제대로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들어 산업은행에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산은과 MOU를 체결하면서 실사를 통해 추가 부실이 확인될 경우 5%까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도록 해 놓았다. 그러나 정작 실사를 해 보지도 못한 한화로서는 드러내놓고 말은 못해도 내심 기존 MOU대로 따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한화가 그동안 '우선협상대상자는 노조와 협의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법률적 자문결과를 근거로 본계약 체결 이전에 실사를 못한 책임이 매도자인 산은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온 것과 맥락이 닿는다.

한화 관계자는 "망갈리아 조선소의 부실이 얼마나 되는지 등 정밀실사를 해 보고 가격을 정하는 게 순서 아니냐"며 "비록 MOU에 실사를 본계약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했지만 그렇게 되면 한화에는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는 한화가 기존의 산은과 맺었던 MOU의 대폭 수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MOU 체결 이후 국내외 자본시장의 격변과 실사 차질 등의 변수로 인수금액과 조건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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