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중소기업인들과 소줏잔 기울여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2.1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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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한 식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송년회 자리 깜짝 방문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저녁 마포의 한 식당에서 중소기업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들이 이날 경기도 고양시 장애인봉사활동을 마치고 송년회를 갖는 자리를 예정에 없이 방문, 반주를 겸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최근 경제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을 격려한 것.

이 대통령의 이날 '깜짝 방문'에는 교통통제나 경찰 경호도 없었으며, 청와대에서도 김인종 경호처장과 김은혜 부대변인, 임재현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 등만 대동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중앙회의 46년 송년회 역사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면서 "요즘 중소기업 상황이 어려워서 좋은 자리에 모시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밖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저도 오늘이 처음이다. 호텔에서 열렸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뒤 "올해 고생들 많이 하셨는데 내년에 조금 더 고생을 해야 하니 용기를 갖고 힘내시라고 위로차 왔다"면서 "어려운 것은 시한이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격려했다.



이어 중소기업인들은 새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 지원 대책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최근 경제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참석자는 "20년동안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면서 "저 자신도 사업을 접을까 하다가 최근 이 대통령께서 가락동 농수산물을 찾은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의 활성화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면서 "제대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영세 상인들이 쉽게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 드린다"고 요청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등급을 2,3등급 받아도 대출을 해주지 않아 유동성에 큰 악영향이 있다"면서 은행 대출규제 완화를 건의했으며, 한 벤처업계 대표는 정부의 양벌규정 완화조치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중소기업 간부는 '줄탁동기(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신경을 써주는 만큼 우리도 더 열심히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오늘 미국 시애틀의 한 교포할머니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면서 "내가 지난번 가락시장 방문 때 박부자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드렸다는 뉴스를 보고 '이제 목도리가 없을테니 직접 뜨개질을 해서 보낸다'면서 푸른색 목도리를 소포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래서 나는 희망을 갖고 있고, 이런 국민들이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만찬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구호인 '9988(국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과 '내 힘들다'를 거꾸로 표현한 `다들 힘내'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저녁은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설한 이른바 '기업인 핫라인'을 통해 참석 요청을 받고 당초 예정에 없이 갑자기 성사된 것"이라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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