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달러'가 돌아온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8.12.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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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은지점 총 30억불 재유입 'BIS비율 높이기'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들이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리기 위해 유상증자에 속속 나서고 있다.

외은지점의 BIS비율은 지난 9월말 14%대였으나 이후 금융시장 불안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점의 유상증자는 국내를 이탈한 외화를 다시 끌어올 수 있어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BIS비율 개선에 30억달러 투입=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은 지점이 올들어 11월 말까지 유상증자 등 BIS비율 개선에 모두 3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은지점의 BIS비율 관리는 기본자기자본에 해당하는 '갑기금'과 보완자본인 '을기금'으로 구분된다. 갑기금은 유상증자 및 이익잉여금 전입으로, 을기금은 만기 1년 이상 장기차입금 증액(갑기금 한도내)으로 확충한다.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달 말까지 갑기금과 을기금에 각각 13억달러, 17억달러 등 모두 30억달러를 국내지점으로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을 기준하면 4조원 규모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이 목적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갑기금을 증액한 외은지점은 네덜란드 ABN암로은행 819억원, 프랑스 칼리온은행 993억원 등이다. 을기금의 경우 모간스탠리 710억원, UBS 645억원, ING은행 2531억원 등이다. 이어 지난달과 이달에 들어온 자금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은지점의 9월말 기준 BIS비율이 평균 14.74%였으나, 원/달러 환율상승 및 시장위험 증가로 다소 하락했다"며 "유상증자를 하는 곳이 많아 연말에는 예전 수준 이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은지점들의 BIS비율 높이기에는 원/달러 환율급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국내 조선업체 등과 선물환 거래가 많은데,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 규모가 부풀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거래는 늘지 않았으나 BIS비율 산정에서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됐다. 아울러 금감원이 시중은행에 대해 연말까지 BIS비율을 12%로 맞추도록 권고한 것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안정에 기여하나=금융권은 외은지점을 통해 유출된 외화가 재유입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외은지점이 해외본점으로 자금을 송금하면서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 탓이다. 외국계 은행 본점은 자체 BIS비율 관리를 위해 각국 지점이 보유한 투자자산을 처분토록 했고, 한국에는 '9월 위기설'에 일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유상증자로 '해외자금유입→채권투자 재개→시장안정→원/달러 환율하락'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을 통해 외화가 유입되면 외환시장의 달러공급이 늘어 환율을 안정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전했다.



그는 "이들의 유상증자 자금이 국채 및 회사채매입 등에 쓰일 가능성도 높다"며 "관건은 해외시장의 심리개선과 실물경기의 개선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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