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매도프 쇼크' 가세, 일제 하락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2.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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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약세 주도...금리인하·빅3지원 여부도 '관망'기여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제조업 경기악화와 기업 실적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매도프 사기' 여파가 시장을 짓눌렀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65.15포인트(0.75%) 내린 8564.53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1.16포인트(1.27%) 떨어진 868.57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32.38포인트(2.10%) 물러선 1508.34로 장을 마쳐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개장전 발표된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와 산업생산이 모두 바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 증시는 개장초반 일찌감치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오후 발표된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2월 체감경기지수는 전달과 같은 9를 기록, 두달째 사상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자동차 빅3 구제 의지를 강조하고 재무부가 최대 40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자동차 관련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내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0.5%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표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상 최대 금융사기로 기록될 버나드 매도프의 500억달러 사기 사건의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들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시장 건전성과 주식시장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크게 악화됐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실적발표가 이번주에 예정돼 있는 점도 금융주를 중심으로 '선매도' 심리를 불러 일으켰다.

◇ 금융주 약세 주도 '매도프 피해 어디까지?'

S&P500 업종 지수 가운데 금융주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JP모간체이스는 메릴린치가 투자 등급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내리면서 7.5%급락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4.9%, 뱅크 오브 아메리카 5.5%, 씨티그룹 역시 3.9% 내리는 등 금융주 대표 종목들이 일제 약세를 보였다.

현재까지 매도프의 사기에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은 영국의 HSBC, 스페인의 방코 산탄데르, 프랑스의 BNP파리바, 스위스의 UBS와 라이히무트앤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자로는 현재까지 보스턴의 유대인 단체인 로버트 라핀 자선기금, 뉴저지의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의 자선기금 등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코 산탄데르의 고객들이 약 23억3000만유로(31억달러)의 피해에 노출됐고, BNP파리바는 3억5000만달러의 잠재적인 손실에 직면했다. 라이히무트앤코는 3억2500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유럽 최대은행인 HSBC도 10억달러 규모의 잠재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도 손실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홀딩스도 275억엔(3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주는 강세를 보였다. 제너럴모터스(GM)은 3.6%, 포드는 3.9% 올랐다.
백악관은 빅3에 대해 최대 400억달러의 긴급자금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이밖에 골드만삭스가 애플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애플 주가가 3.5%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도 골드만이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내린 영향으로 0.13% 내렸다.



◇ 유가, OPEC 감산 기대...달러 급락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는 강세를 보였으나 수요 감소 전망으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1.77달러(3.8%) 떨어진 44.51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8.1% 급등한 50.05달러까지 오르는 강세를 기록했다. WTI가 5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일 이후 처음이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7일 알제리에서 회의를 갖고 감산을 결의할 계획이다. 감산 규모는 하루 150만배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200만배럴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 강세 배경이 됐다.

그러나 지난 한주간 13% 급등에 따른 부담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감소가 유가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으로 후반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달러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오후 4시8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3.29센트(2.46%) 급락한 1.369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2.32% 내렸다.
엔/달러 환율도 0.52엔(0.57%) 내린 90.63엔에 거래됐다. 미 증시 약세로 엔 캐리트레이딩 청산여건이 형성된 점도 엔강세 요인이 됐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DXY는 1.9% 떨어진 82.09를 기록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1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보다 0.5%포인트 내린 0.5%로 하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0.75%포인트 하향, 0.25%까지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OPEC은 러시아에도 감산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러시아 석유회사인 OAO 루코일의 바지트 알렉페로프(Vagit Alekperov) 최고경영자(CEO)는 "OPEC이 러시아에 하루 석유생산량을 20만~30만 배럴 가량 줄일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지표, '최악' 행진 지속

미국 주택건설업계의 체감경기가 두달째 사상 최저치에 머물렀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2월 체감경기지수가 전달과 같은 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수 산정이 시작된 1985년 이후 최저치이며, 주택 건설업체중 9%만이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수가 50을 넘어가면 향후 주택경기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해석한다. 주택건설입체 체감지수는 3년반전 75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개장전 발표된 뉴욕주 제조업의 경기 척도인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1월에 이어 12월 또다시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전달의 -25.4에서 -25.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8에는 못 미쳤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 발표가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미국의 11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업체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리아 피오리니의 조슈아 샤피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은 모든 방향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지난 몇개월간 국내 수요는 급감했고 수출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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