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프,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때늦은 칼럼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2.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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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칼럼니스트 파웰, 부인 연금·직장 날려… "고수익에 현혹" 후회

401K 투자 보고서, 허점 투성이
시장급락에도 올 9월까지 6%수익
"한 때 돈 더 맡길까 생각도…"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난다 긴다 하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도 세계 금융 역사상 최대 사기 사건으로 기록될 '매도프 스캔들'을 미리 눈치채지 못했다.



금융 및 개인 자산관리 부문 취재와 칼럼기고를 통해 독자들의 신뢰와 명성을 얻은 월가의 칼럼니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도프,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때늦은 칼럼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파웰은 15일(현지시간) 버나드 매도프의 '폰지 사기'에 의해 부인이 평생 모아온 퇴직연금(401K)을 날리고 직장까지 잃게 된 사연을 '통한의 칼럼'을 통해 밝혔다.



그는 칼럼을 통해 부인의 401K 보고서에서 나타났던 '빨간 불'을 간과하고 고수익에 취해 오히려 매도프를 믿고 돈을 더 투자하려 했던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파웰의 부인은 보스턴 북부의 유대인 커뮤니티를 활동대상으로 하는 '로버트 라핀 자선기금'에서 일해왔다.

지난해말,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본격화했음에도 부인의 401K 운용실적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대단한 실적이라고 여긴 파웰은 금융 전문가답게 부인의 401K 운용기관인 버나드 매도프 투자증권에 대해 수소문해봤다.


하지만 웹사이트나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어느 곳에서도 회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이상한 점은 그뿐 아니었다. 여느 401K운용보고서나 마찬가지로 매도프의 보고서는 종업원 및 회사의 투자금액과 전년 대비 자산증가 내역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투자자보호기관(SIPC)이나, 증권거래 중개 및 청산회사 등 일반적으로 포함돼 있어야 할 내용들이 보이지 않았다. 자산이 투자된 상장 회사나 뮤추얼펀드 이름도 없었다.

일상사에 쫓겨 그 일을 잊고 지내던 파웰은 지난 10월 집으로 배달돼 온 9월말까지의 운용실적 보고서를 보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미 증시 폭락에도 불구, 플러스 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쯤 되자 파웰은 부인의 401K 운용자가 조 케네디(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로 대공황 당시 공매도 및 불투명한 거래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거나, 빌 밀러(그메이슨밸류트러스트 운영자로 사상 최고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힘), 혹은 피터 린치(마젤란 펀드를 운용한 전설적 투자자) 반열에 오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실제로 한때 그는 부인과 함께 401K 불입액을 늘리는 것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지난주 목요일인 11일.
파웰과 함께 저녁을 먹던 펀드매니저가 "매도프 이야기 들었수?"라고 물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지 가물가물해하자 펀드매니저는 그날 낮에 언론에 보도된 매도프 사기에 대해 들려줬다. 바로 옆에 있던 교수가 소리를 질렀다. "오 마이 갓, 내 누이동생 전 재산이 거기 들어가 있는데.." 펀드매니저의 전화를 빌려 누이에게 소식을 전하던 그 교수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교수를 위로해주고 집으로 돌아온 파웰이 부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자 돌아온 대답. "봅(로버트의 애칭), 매도프가 바로 내 401K 운영자예요"
그제서야 온갖 기사와 블로그를 통해 매도프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부부는 그날밤 한숨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동트기 무섭게 직장으로 달려간 부인으로부터 파웰은 재단의 모든 직원들이 해고됐고, 자선기금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파웰은 칼럼을 통해 매도프 투자증권의 수상한 실적과 투자보고서를 보다 면밀히 분석해보고, SEC나 다른 기관의 친구들에게 더 물어보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 분노한다고 썼다.
자신들 뿐 아니라 수많은 거대 금융기관과 큰 손 투자자들이 매도프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조그만 위로는 된다고 자조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뢰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그렇게 믿었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덧붙였다.

파웰은 누이가 피해를 입은 교수로부터 "나는 매도프가 지옥에서 기름에 튀겨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파웰은 '나도 그렇다(So do I)"고 칼럼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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