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사기꾼에 낚인 피해자 '일파만파'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2.14 16:59
글자크기

美 유명인사부터 금융기관, 재단 등… 韓금융사들도 물려

↑ 버나드 매도프↑ 버나드 매도프


미국 월가는 지금 '빅3'가 아닌 '매도프' 충격에 휩싸였다.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역임한 '월가의 거물' 버나드 매도프(70.사진)가 500억 달러대 투자 사기극으로 체포되면서다.

특히 매도프의 덫에 걸린 투자자에 유명인사들과 금융기관, 각종 재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 범위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기 사건의 피해 규모는 최소 5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국의 금융기관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 투자자, 피해 규모 '일파만파' =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따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했다. 매도프가 이 회사를 통해 벌인 투자 사기의 규모는 최소 500억 달러로, 우리돈 69조원에 이른다. 미 금융 사기 역사상 최대 규모다.



수사 결과 매도프는 그간 이른바 '폰지'(Ponzi)라는 사기 수법을 이용,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폰지'(Ponzi)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이후 투자자의 원금으로 이전 투자자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다단계' 투자사기 수법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매도프의 사기 사건에 미국의 유명인사를 포함한 부유층과 국제은행, 헤지펀드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 프로야구 뉴욕 메츠의 소유주인 프레드 윌폰, 미 프로 미식축구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소유주인 노먼 브라먼 제너럴모터스(GM)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 등도 매도프 펀드에 투자해 피해를 봤다.


이중 윌폰은 개인 재산은 물론 구단 자산 등 수천만 달러를 매도프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페어필드그리니치, 트레몬트운용, 맥스암운용 등 적어도 3개의 재간접펀드사들 큰 손실을 입었다. 최대 피해자는 페어필드그린니치로, 산하 헤지펀드 페어필드센트리는 버나드매도프LLC를 통해 73억 달러를 투자했다. 트페몬트는 10억달러 이상을 매도프 펀드에 넣었다.



맥스암은 매도프에게 투자를 했다가 2억8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맥스암의 설립자인 샌드라 맨즈크는 "우리는 망했다"며 "손실 때문에 관련 펀드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헤지펀드인 킨게이트운용 산하의 킨게이트글로벌펀드는 28억달러를 투자했다.

NYT는 피해자가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의 한 자선단체가 모든 기금을 잃었다고 밝히는 등 피해자들이 긴급 모임을 갖고 피해 규모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또 BNP파리바, 일본 노무라 홀딩스 등의 외국 금융기관들도 피해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니콜라 호릭스 브램딘 얼터너티브스는 펀드 자산의 10% 가량을 매도프 펀드에 넣었다. 이 회사의 주가는 12일 36% 급락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 페어필드센트리에 국내 금융사들도 최소 1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생명과 사학연금 등은 이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했으며 국내 운용사 10여곳이 재간접펀드를 통해 매도프 펀드에 투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매도프가 뉴욕의 상류 그룹의 일원으로, 많은 투자자들은 그의 지인들로 이뤄져 있다고 보도했다. 또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자식에게 펀드 지분을 물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 버나드매도프LLC 로비에 몰린 투자자들. ⓒAP↑ 버나드매도프LLC 로비에 몰린 투자자들. ⓒAP
◇ 커지는 의혹 = 매도프의 사기사건 피해가 확대되면서 이번 사건에 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NYT는 "매도프가 과연 혼자 이런 사기를 저지른 것인지, 좀더 빨리 이런 사기 행각이 발각되지 않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매도프가 비정상적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린 점과 투자전략과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 때문에 일각에선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그럼에도 헤지펀드와 금융기관들은 고객들에게 매도프 펀드를 계속 권유했다"고 지적했다.



FT는 "매도프의 투자 과정이나 사기 피해규모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상태"라며 "폰지 수법으로 연 10% 수익을 보장하려면 매달 수억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금융 감독기관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FT는 이어 "매도프가 혼자 이 일을 벌였다고 해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방 검사였던 브래들리 시몬 시몬앤파트너스 변호사는 WSJ와 인터뷰에서 "만약 이번 사기가 수년간 진행됐다면 SEC가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