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자금 사정 뜯어보니..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2.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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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원 신규 조달은 예상 밖 실적 악화 대비

은행 주주협의회의 8000억원(대출 5000억원, 유상증자 3000억원) 추가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의 자금 사정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감자설이 유포되기도 하고 추가로 2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당장의 자금 사정에 문제는 없으며 반도체 시장 불황이 예상보다 심화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주주협의회에 신규 자금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하이닉스의 자금 사정은 어떨까. 그리고 8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하이닉스의 자금 사정은 현재 보유 자금, 그리고 내년 중 들어온 돈과 나갈 돈을 계산해 보면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말 현재 보유한 현금은 1조2000억원 가량이며 11월말 현재 8000억원선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 중 하이닉스에 유입될 자금을 보면 현금 유입 효과가 있는 감가상각비 2조2000억원이 있고, 미국 유진 공장 등 자산 매각과 인건비 감축안 시행(1000억원) 등을 통해서도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하면 내년에 유입될 자금은 2조7000억~3조2000억원이다. 언제든 현금을 차입할 수 있는 미사용 여신한도도 최소 6000억원 정도이다.
하이닉스 자금 사정 뜯어보니..


나갈 자금은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중장기 차입금 8000억원과 내년 투자분 1조~2조원, 그리고 영업손실 등이다. 하이닉스는 내년 투자규모를 자금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가져갈 계획이다. 최근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1조원대 초반, 경우에 따라선 1조원을 밑돌 경우도 예상된다.

영업손실은 극단적인 일부 외국계 보고서를 제외하면 평균치가 5400억원, 가장 부정적인 전망이 1조200억원 정도다. 단기 차입금 1조2000억원 정도가 있지만 은행들이 여신한도를 축소하지만 않는다면 한도성 여신 성격이어서 상환 부담은 없다.


결국 내년에 예상 가능한 유출 자금 규모는 차입금 상환, 투자, 영업손실 등을 합쳐 최소 2조3400억~2조8200억원(투자는 1조원 가정)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들어올 자금을 최소인 2조7000억원, 유출될 자금을 최대인 2조8200억원으로 잡으면 내년 현금 유출입은 총 1200억원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11월말 현재 남은 현금 8000억원을 더하면 7000억원 정도는 여유가 있고, 긴급시 사용할 수 있는 미사용 여신한도 6000억원까지 감안하면 가용 자금이 1조원을 넘는다.

11월말 기준 보유 현금이 연말까지 한달동안 추가로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가용 현금이 1조원을 크게 밑돌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유동성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수입과 지출의 미스매치 등을 고려해 가용 현금을 1조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써 왔다.



변수는 있다. 반도체 가격 반등이 늦어지면서 내년 영업손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경우다. 은행 주주협의회를 통해 8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게 된 것도 이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가 추가로 2조원의 자금을 더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UBS 증권 보고서는 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손실을 2조5000억원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 경우 가용 자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서원석 NH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만 메모리 반도체 업체 등 대부분의 경쟁사들은 하이닉스 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가진 하이닉스가 그 정도 손실을 보기 전에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수급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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