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주는 정책이 기업책임 높여
CSR 분석은 기업 평가에 유용
12월 5일,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사 3곳에 1500억원을 사회책임투자(SRI) 방식으로 추가 위탁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SRI 6500억여원을 포함한 국내 SRI 규모는 1조5500억여원. 전 세계 SRI 자산 6조달러(8250조원)의 약 0.018%에 해당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일 개최한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 SRI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한 에이미 도미니(58) 도미니사회투자 대표와 국내 첫 SRI재단 설립을 추진했던 이상준(51)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의 대담을 주선했다.
이상준 회장(이하 이)=SRI펀드의 파운더(창설자)로 불리는 에이미 도미니 회장을 첫 방한 때 만나게 돼 영광이다. 한국에선 SRI에 대한 관심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서 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동향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에이미 도미니 도미니사회투자 회장
이=2000년에 골든브릿지를 창업하면서 금융기업으로서의 CSR, 즉 SRI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9년 정도 SRI 경력이 있는 셈이다. 한국엔 2개의 트렌드가 있다. 비정부기구(NGO), 비영리기구(NPO) 등 시민단체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SRI에 관심을 갖고 있다. 기존의 제도권 금융사들은 세계적 CSR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SRI를 한다. 국내 SRI 활동을 보면, 시민단체들은 돈이 없어 비효율적이고 대형 투자자들은 진심이 없어 구체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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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웃음)그런 게 원래 전 세계적인 추세다. 중요한 건 지배구조다. 기업지배구조뿐 아니라 정부의 지배구조 문제도 중요하다.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
도미니=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매우 복잡하다. 미국 기업들은 투자자가 주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기업들은 가족관계나 비공식적 협력사관계, 중요 고객과의 관계가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SRI 분석가들이 아시아 기업을 분석할 땐 경영에 책임을 지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이=우리(골든브릿지)는 기업행위를 통해 돈도 벌면서 일자리 등 사회적 가치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금융인이자 기업인으로서 이런 일들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절감한다. 미국의 SRI 투자자들은 어떻게 그 일을 하는가.
도미니=맥도널드가 한 예다. 우리는 맥도널드와 수년간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 15~20년전 열대우림이 소 사육을 위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자, 맥도널드는 삼림파괴지역에서 키운 소고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대량사육된 닭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을 때, 맥도널드는 자사의 닭고기 매입 관련 기준을 공개했다.
맥도날드엔 매우 논란거리가 많다. 하지만 NGO들과 만나 대책을 만들려 노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 다른 회사들이 맥도널드처럼 자발적으로 좋은 경영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SRI투자자들은 "좋은 경영이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좋고 사회에도 좋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야 한다.
이=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에선 정부 차원에서, 미국에선 개별 금융사와 투자자 차원에서 SRI 투자기법이 상당히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선 SRI 기법으로 선별 배제기준 심사(Negative Screening)와 선별기준 심사(Positive Screening)가 주로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선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dvocacy)나 투자철회 같은 강력한 수단이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미니사회투자는 지역사회 투자(Community Investment)로도 유명하다. 당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어떤 기법이 효과적인가?
도미니=1970년대 SRI투자자들이 미국 회사들의 남아공 내 인종차별적 경영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투자를 철회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투자자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매우 큰 힘을 가질 수 있구나’ 라는 것이었다. 그 때의 경험은 ‘투자자의 사회에 대한 책무’에 대한 내 생각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투자하는 방식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SRI 접근법은 현저한 성과를 낸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접근법이 기업들의 행위를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아니라 정부 지배구조 문제도 그러하다. 유럽연합(EU)은 동유럽 정부의 부패 문제에 대해 "우리의 기준을 맞춰라, 우리가 돕겠다" 식으로 접근했는데 그 방법이 매우 잘 작동했다. (이어서)
↑이상준 회장(왼쪽)과 도미니 회장(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