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리더십, '빅3'구제 좌초로 첫 시련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12.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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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있는 지도력으로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빅3 지원안 좌초로 취임도 하기전 첫 시련에 부딪혔다. 대선 캠페인내내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공약으로 내걸며 자동차업계 지원을 약속해온 오바마 당선인이 향후 빅3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부가 그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첫 실험대인 때문이다.

상원의 부결은 곧 미국민 대다수가 '방만한' 자동차업계에 대한 지원에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자신들의 세금이 월가 금융업계에 이어 자동차업계에 또 지원되는데 대한 미국민적 불만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지원에 미온적이던 백악관과 '빅3' 구제 합의를 이끌어낸 뒤 하원에서도 미국자동차노조(UAW)의 특권포기라는 양보를 얻어내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뤄왔었다.

◇공화당·車노조…'벼랑끝 협상' 쉽지 않을듯
그러나 이제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쉽지 않다. 상원에서 사전조율에 실패해 법안이 한 차례 부결된 만큼 부담은 더 커졌다.



문제는 오바마가 설득해야 할 양측 자동차노조와 공화당 모두 '벼랑 끝 협상'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철밥그릇'이던 자동차노조가 그동안 누리던 특권 일부를 포기하면서 "더이상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어버린 반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임금삭감이라는 최종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에게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 모두 다수의석을 내줬지만 오바마의 발목을 잡을 마지막 카드인 '필리버스터'(의사집행방해) 권한을 쥐고 있다. 민주당은 '빅3' 구제법안을 단독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슈퍼 60석'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부시 행정부가 저질러놓은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민주당에게 언제 다시 되찾을지 모를 정권을 넘겨줘야하는 공화당으로서는 끝까지 '발목잡기'를 시도할 수 있다. 어차피 미 북부 자동차산업은 공화당의 지지기반과도 거리가 멀다.

이에 반해 자동차노조는 '빅3' 파산시 미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너무 잘 알고있다. 이미 여러차례 대마불사가 통한다는 사실을 지켜봐왔던 노조는 차기 대통령이 자동차업계를 꼭 살리겠다고 나선 마당이니 배짱을 부리는 상황이다.



◇오바마 "희생없는 회생없다"…원칙 지켜낼까
'빅3' 처리문제로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오면서 오바마의 부담은 훨씬 커졌다. 이제는 살리는 것보다 '어떻게' 살리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위기의 원흉인 금융 대기업들에 구제금융을 퍼준 행위에 신물이 나있는 미국인들은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경우 차기 정부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 있다. 오바마가 강조했던 '희생없는 회생없다'는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당장 내년이 되면 운영자금이 바닥나 파산할 지 모를 '빅3'에 대해 파산이든 회생이든 처리가 늦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오바마 당선인은 취임 전에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하겠지만 공화당 상원과 자동차노조는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노조와 기업에 구제금융의 대가로 요구할 자구노력과 희생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차기 정부는 여론의 부담을 안게 된다.

'빅3' 구제안이 통과돼도 AIG의 경우처럼 눈덩이처럼 구제비용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구제금융을 다 쓰고도 정작 '빅3'가 파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향후 4년간 미국 경제를 이끌 리더십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오바마는 처음부터 '빅3'의 파산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한국과의 무역불균형 문제까지 들춰내며 '빅3'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오바마의 정치지도력은 이제 첫 도전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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