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6000억 이상, "비싸다" vs "싸다"

더벨 현상경 기자 2008.12.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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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BITDA 10배 이상ㆍ판관비 부담...꾸준한 캐시플로어 강점

이 기사는 12월11일(15:5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산 (164,900원 ▲1,600 +0.98%) 주류BG매각이 12일 본입찰을 앞둔 가운데 적정 매각가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두산은 최소 6000억원 이하에는 팔지 않겠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잠재 인수자들과 외부의 시각은 냉랭하다. EV/EBITDA가 가뿐히 10배는 넘는데다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판관비 부담, 치열한 시장경쟁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 주류BG의 매출액은 3420억원, 영업이익은 214억원 정도다. 여기에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EBITDA는 4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가액을 6000억원으로 잡아도 EV/EBITDA가 15배가 넘는다.



이 정도면 시장점유율 1위인 진로를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사들였을 때 배수(12~15배) 보다 더 높은 가격이다.

두산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초창기 투여된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가 줄면서 실질적인 EBITDA는 600억원 가량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V/EBITDA가 10배는 넘지 않는다는 뜻.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입장에서는 에비타 승수 10배 이상의 매물에 투자하려면 LP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이를 맞춰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비타 승수 뿐만 아니다. 인수 후 들어갈 비용 부담도 고민거리다.

두산 주류BG가 40% 이상의 수도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던 부분 중 하나는 공급가 차별화 전략이었다. '처음처럼' 발매와 동시에 알코올 도수를 21도에서 20도로 낮추면서 제조원가, 세금(알코올 도수에 따라 부과) 등을 줄여 출고가격을 70원(800원→730원)가량 낮췄다. 바로 이 점이 도매상과 업소주인들에게 주효, 진로 소주보다 두산 소주를 업소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진로는 최근두산의 출고가 차이를 크게 줄였다. 새로운 브랜드인'J' 소주를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종전 839.36원에서 '처음처럼'(819.36원)과 같은 수준인 820원으로 낮췄다. 수도권 점유율 회복을 위해 두산의 유통전략을 막기 위해서다. 양사 모두 많이 팔아도, 많이 벌지는 못하는 저수익 출혈경쟁으로 접어든 셈이다.

아울러 하지원ㆍ송혜교(진로), 이효리(두산), 김혜수(롯데)등 톱스타들을 동반한 주류업체들의 광고ㆍ마케팅 전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두산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점이 경쟁사에도 자극을 준 탓이다.

무엇보다도 2010년이면 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하이트-진로의 소주, 맥주 영업망 통합이 실행된다. 이를 전후로 마케팅 전쟁이 심화될 것은 뻔한 일이다.



두산주류 BG의 새 주인 입장에서는 이 비용을 계속 부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실제 그동안 (주)두산의 전체 판관비 5200억원 가운데 광고선전비로 나가는 돈만 10%(510억원)가까이 달했다. 직원 급여 등을 제외하고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대부분이 소주 등 주류사업 관련 광고일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두산의 효율적인(?) 기업운영이 원매자들에게는 부담스럽다는 부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옛 주인이 기업경영을 허술하게 했으면 새 주인이 기업가치를 올리기 쉬운데 두산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며 "오랫동안 주류사업을 영위한 두산보다 새 주인이 기업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두산이 기대하는 6000억원은 다분히 비싼 대가라는 게 인수 후보자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두산이 원하는 가격을 받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종' 자체의 매력도가 높다보니 원매자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M&A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종류의 기업매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원매자들이 없어 매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가격이 장부가치보다 낮은데도 사려고 하지 않는 것은 업종 매력도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물이 넘치는 건설업이나 일부 제조업의 경우 경기 민감도도 높고 최근 수익성도 저하 된데다 무엇보다 현금흐름이 극히 떨어졌다. 수익은 둘째 치고 인수 후 은행에서 돈을 빌려 기업에 집어넣어줘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유통업'은 최근 M&A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경기 민감도에도 불구하고 시기별로 '현금'(Cash)흐름이 일정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유통업 가운데 주류, 특히 소주사업은 불황기에 오히려 호황인 분야다. 인수 후 당장 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고민되지만 당장 몇 년간 캐시카우로 삼기에는 매력이 충분한 셈이다.

후보군들이 가격부담을 인지하면서도 두산 주류BG입찰에 앞 다퉈 참여하는 것 역시 이런 점이 부각됐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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