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금융 비상상태 경계선"

머니투데이 황은재 기자 2008.12.1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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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 및 일문일답] "추가 금리인하, 열려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 3%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상태는 아니다"며 "추가 금리인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까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12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인하해 지난 1999년 콜금리 목표제와 2008년 기준금리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을 통해 "실물경제는 최근 두 세달 사이에 급속히 나빠지고 있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까지 파급되면서 실물경제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고 상당한 위험 수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사용했던 수단은 비상사태 때 사용하는 수단까지는 아니었다"며 "현재 경계선에 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발권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발권력 사용은 얼핏보면 쉬워보이지만 대가는 반드시 국민들이 나중에 지급하게 되어 있다"며 "발권력에 손쉽게 기대려는 유혹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은행법에 번거로운 장치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며 "단지 어느정도 금리가 적절하냐는 자기나라 형편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은)최저 금리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이지만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론적으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통화정책이 무력하게 되기 때문에 그 함정에 빠지지 않을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모두발언]

오늘 한은 금통위에서는 통화정책의 기준인 한은 기준금리를 4%에서 1%포인트 내린 앞으로 3%로 운용하기로 했다.



정책 결정의 배경이 되는 실물경제를 보면 국내 경기가 최근 두세달사이에 급속하 나빠지고 있다 소비투자 같은 내수 부진은 연초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 심화되고 있고 지난 가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도 지난 11월에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가 좋지 않은 것은 고용관계의 통계지표에서도 나타났듯이 고용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식 가격도 많이 떨어졌고 주택가격도 최근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재산이 줄어들다보니 소비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건설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설비투자도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수출도 좋지 않으니까 거기에다 내수까지 부진해, 당연히 설비투자를 기업들이 주저하게 되는 영향이 있다. 그동안에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설비투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까지 파급이 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도 실물경제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수출 감소는 세계경제가 동반침체에 따른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같은 세계 큰 경제권이 금년에 들어와서 지난 한 6개월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 환경이 상당히 좋지 않다. 또 그동안 반도체라든가 우리의 중요한 수출 품목에서도 가격도 상당히 내려서 여러가지 수출 실적이 크게 뻗어나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물가는 지난 7월에 1년전에 비해서 5.9% 상승한 높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그 이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어 11월 4.5%이다. 원화가치가 많이 하락한 것은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했고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석유류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근래에 와서 국내 경기가 약화되면서 수요쪽에서 오는 물가 상승압력은 거의 없어졌다.



금융쪽에서 보면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고 9월 이후 한번 증폭됐다. 주가나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12월에 들어와서는 주춤하지만 지난 9월 10월 11월까지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와 채권을 팔고 나가는 현상이 주가와 환율에 영향을 많이 줬다.

거기에다 가격변수의 변동, 주가 하락이라든가 환율 상승 등이 기업의 수익사정이나 또는 기업의 재무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중개기관들도 기업들의 신용위험에 상당히 걱정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여신태도가 신중해지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채나 CP 등을 이용했던 조달 경로가 근래에 와서 경색이 되서 어려워졌고 아주 우량한 기업은 괜찮지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직접 금융을 이용하는 게 어려워졌다, 은행쪽에서도 지난 7~8월 정도까지는 여신 증가가 오히려 너무 빠르지 않나 싶었지만 2~3개월 동안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내수나 수출, 물가 그리고 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됐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의 침체가 당분간 계속이 되고 그게 전망에 따라서 다르지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전망이 나온다. 어쨌든 세계경제는 침체되고 수출전망도 밝지는 못하다.

그리고 국제금융시장과 연결된 국내금융시장불안. 국내금융시장 자체의 경기 둔화에 따른 불안 등이 바로 한두달 내에 진정될 것이라고 자신하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상당기간 동안 아주 낮은 성장률에 다가 고용도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형편이 될 것이다.



물가는 그동안 환율이나 높은 원유가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물가는 고비를 넘어서 점차 안정이 될 것이고 수요가 약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 한은이 설정한 물가 목표로 들어올 것이다. 물가에 대한 전망은 지금은 상승률이 높지만 조만간 안정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경상수지는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국내 수요가 약화된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 환율 상승 효과도 일부작용해 경상수지는 지난 10월 이후 흑자로 전환이 됐고 내년에도 상당한 규모의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소식이 아닌 이유는 확대 균형이 돼야하지만 수출도 시원치 않고 수입도 늘지 않는, 수지는 흑자지만 만족스러운 모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은은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 지난 10월부터 오늘까지 하면 5.25%에서 3%로 2.25%포인트 내려왔다.



그동안 한은의 금리를 내릴 때나 올릴 때는 작은 폭으로 움직였지만 그 뒤에 논리는 경제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의 전망은 불확실성이 높다 .판단이 틀렸는지 맞았는지를 확인해가며 정책 수단을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책효과의 파급에 따른 시간이 있어 작은 폭으로 금리를 조정하지만 최근의 경제상황을 보면 세계나 한국이나 몇달사이에 너무 크게 바뀌었다.

지난 6월에 본 지표와 10월, 11월에 본 지표는 너무 다르다. 경제가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고 나빠질게 상당히 확실한 상황에서는 기다리고 더 기다리다 나눠서 몇번에 가는 정책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당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다면 과감한 정책을 쓰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래서 두달 동안에 2.2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이것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실제 주체들이 거래할 때 거래되는 금리가 내려가야한다. 회사채, CP, 대출 금리가 내려가야한다. 기준금리 인하라는 것은 그러한 각종 금리에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래서 지금 시장금리와 국채 같은 무위험 자산을 제외하고 다소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을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격차가 앞으로 시중금리를 끌어내리고 기업이나 가계의 부담을 줄이고 실물경제 둔화를 방지하는 데 서서히 효과를 보일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병행해서 한은은 계속해서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정책 수단을 활용할 생각이다.



[일문일답]

-상당기간 낮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그 가능성과 내년도 성장 전망은

▲내년 전망은 내일 말씀 드리겠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국제금융 상황이 워낙 불안하기 때문에 경제 전망도 어떠한 상황을 가정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지금 성장 전망이 나온다.



어떤 사람은 3%, 어떤 사람은 마이너스까지 나온다. 낙관적 전망과 비관적 전망사이에 편차가 상당히 크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최근의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을 전망하는 유수한 기관들이 계속해서 전망치를 낮추고 있고, 최근에 발표된 IMF나 세계은행의 전망도 또 한번 낮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꽤 있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그렇다는 것만 강조를 하겠다.

-통화정책 말고 유동성공급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 두번째 유동성 상황과 관련해서 기본적으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하고 그 기준금리 근처에서 초단기자금, 구체적으로 은행간 하루짜리 콜금리가 그 근처에서 움직이도록 한은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자금조절을 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해서 다른 시장으로 그 효과가 잘 파급되지 않을 때는 파급이 되지 않는 분야에 겨냥해서 자금을 거래를 하는 수도 생각할 수 있다.

한은이 최근 두어달 동안 통안채 중도매입도 했고, 또 중간에 은행채 RP도 했고, 또 오늘 동시에 발표했듯이 일부 증권회사를 RP 매매 대상기관으로 추가 선정한 것도 그럴 필요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는 어떤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자금 공급하는 방식도 당분간 사용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되겠다.



-8월 금리인상은 과연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줬나

▲ 8월 인상은 당시에 원유가격이 150달러까지 였다. 지금은 원유가격이 50달러가 채 안 된다. 12월에 원유 이렇게 빠질지 아무도 몰랐다. 그 당시에 이것이 인플레 심리로 연결되는 것을 통화당국으로서 장기적으로 고착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는 않겠다라는 신호와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 뒤에 보니 상황이 특히 원자재 가격이 급변을 했다. 그래서 만일 우리가 9월 이후에 특히 리먼 이후 상황을 예상을 했더라면 8월에 금리인상은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로 봐서는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원유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RP 매입대상 증권사 편입 효과는

▲우리가 금융시장 전체에 자금을 공급하면 그것이 금융 중개기관 사이의 중개를 통해 여러 군데로 퍼져 나가게 된다. 지금은 근데 자금은 있는데 유통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쪽에 좀 더 직접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이런 금융시장 경색에 대처하는데 더 효과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 동안은 증권사와 거래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주하면 그리고 이런 적절한 증권을 가지고 있고 그걸 기초로 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면 좀 더 바람직한 중개를 할 수 있다. (회사채 등의 채권 등을)사줄 데가 없어서 안 되는 것을 한은이 사줌으로써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초에 금리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서 그 가능성을 닫아두는 발언을 할 수 없다. 단지 우리나라 형편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금리가 적절하냐 하는 것은 자기 나라의 형편을 봐서 정해야 하는 문제지 남의 것을 무턱대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 앞으로 세계경제가 지금 생각보다 더 나빠지고 한국경제가 더 나빠진다고 했을 때 한은이 특히 기준금리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내년 추가금리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부작용도 우려된다. 은행채 매입 등 포함해 앞으로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은 어떤 것이 있나



▲ 우리가 보기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주어진 여건 하에서 현재의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고 싶다. 주어진 여건은 현재 한은 제도 및 법 등인데, 그래서 웬만한 지금 정책수단은 지금 상당한 정도로 사용이 되고 있다고 보면 되겠고, 그러면 통상적인 수단이 아니고 그 이상의 어느 정도까지 나갈 수 있느냐는 금통위원 판단에 달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심각한 통화수축기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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