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골탈태하나… 종합선물세트 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2.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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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변하고 있나. 한은이 11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3.00%로 내림에 따라 "한은이 전향적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시장은 물론 정부 측은 한은에 대해 "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려 유동성 확대를 유도해 달라"고 주문해 왔다. 한은은 지난 10월 27일 긴급 금통위에서 0.75%포인트 내렸지만 11월 7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는 인하 폭이 0.25%포인트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문제해결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달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리인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 정책수단을 소모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시중 유동성이 은행과 한은 사이에 '핑퐁게임식'으로 오가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금리인하라는 '실탄'을 낭비해선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은이 시장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기준금리와 총액한도대출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림에 따라 한은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와관련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국내 경기가 두세달 사이에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말 긴급 금통위, 11월초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에 경기가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이에 '전격적으로' 선제대응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은행은 경기동향 등 모든 요소를 종합 분석한 뒤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며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이하게 될 내년 1분기에 대비해 특단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에 되돌아오고 있는 시중 유동성을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금리를 대폭 낮춰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조정예금 등으로 한은에 쏠려 있는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이번에 '종합선물세트'를 시장에 던짐으로써 "한은이 미온·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시장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증권 등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한순간 멍해졌다", "금통위 인식이 확 바뀐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선제적 대응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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