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재편' 연일 제기…당청 갈등?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12.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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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여권 진용 재배치론을 둘러싼 논란이 여권 내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당은 연일 재배치론을 제기하며 '압박'하며 분위기를 잡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친정 체제로 재편하되 내각은 탕평 인사로 구성, 집권 2년차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인력 재배치론'의 요지다.



반면 청와대는 미온적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시큰둥하다. 인력과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보다 당면 현안에 매진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따라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방향을 놓고 당청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 권력 재편 불가피 = '재배치론'의 선봉에는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있다.



'친이재오계'인 공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중심에 둔 '여권 권력 재편론'의 전도사로 꼽힌다. 이는 친정 체제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 최고위원은 9일 BBS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도 '지금은 비상시국이어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경제난 등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인사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와 내각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청와대 참모들도 이에 맞춰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 대통령을 당선시킨 이들이 다시 모여 정권의 성공을 위해 뛰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내각 개편으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게 여당 내 인식이다. 공 최고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각 구성"이라고 전제한 뒤 "내년이 비상시국인 만큼 개인적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전 정부 사람이든 다른 계파 사람이든 평판이나 능력을 보고 모셔야 한다"고 '탕평인사'를 주장했다.

일찌감치 연말연초 개각론을 제기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권 진용의 인재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이제 인재풀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청와대나 내각 등 모든 정부기관에 적절한 인재 재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정부때 일했던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는 소신도 거듭 밝혔다.



◇시큰둥한 MB, 당청 갈등? = 하지만 정작 '열쇠'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은 시큰둥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폭 물갈이론'을 포함한 잇단 개편론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참모들로부터 청와대 체제 개편 추진을 전하는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 받곤 "왜 자꾸 이런 내용이 나가는 건가"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조직 개편은 물론 개각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여권 고위 인사는 "이미 알려졌듯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매우 느리고 조심스러운 편"이라며 "큰 변화없이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집권 2년째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재배치론'을 놓고 연말 연초 여당과 청와대간 엇박자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들어 당청간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아울러 '여권 권력 재편' 밑에 깔려 있는 '계파간 알력'까지 불거질 경우 여권이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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