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업시장 뒤흔든 10대 뉴스는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12.09 11:17
글자크기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올 한해 취업 문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 신규 채용을 크게 줄이고 소수의 경력 채용에만 문을 열어놨다.

대졸 구직자들의 희망이었던 공기업·공무원 채용도 줄어 이른바 '공시족'들의 미래도 불안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9일 올 해 취업 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 금융위기 한파로 취업 시장 꽁꽁



국내외적인 경기 침체로 올해 고용시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년 8개월만에 신규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고 인크루트 조사결과 상장사들의 일자리는 지난해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불안으로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들이 상당수인 가운데 기업 4곳 중 3곳은 내년 채용시장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직자들의 체감 취업난과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나쁜 한 해였다.

2. 대기업·중소기업, 채용 양극화 심화



경기 불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의 신규 채용은 지난해에 비해 0.4%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20.4% 급감하는 등 더 큰 타격을 입었다.

3. 공무원 인기 시들



'신의 직장'이란 소리를 듣던 공기업·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졌다. 연초부터 불었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신규 채용 축소·취소 등으로 공기업 및 공무원 취업준비생들이 속속 일반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크루트 집계 결과 내년 국가공무원 채용은 3200명으로 올해보다 1600여명이 줄어들고 지방공무원 채용인원도 9300명에서 4100여명으로 5200여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도 정부가 10% 경영 효율화를 주문하면서 신규 채용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여 '공시족'들의 진로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4. '묻지마 지원' 증가

채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구직자들의 지원 행태도 달라졌다. 자신의 적성이나 취업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이른바 묻지마 지원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제 위기로 불안감이 가중된 9월 이후 더욱 증가해 9월 이전의 ‘묻지마 지원’ 비율(37.2%)보다 9월 이후의 ‘묻지마 지원’ 비율(50.1%)이 훨씬 높아졌다고 인크루트측은 밝혔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취업난이 가중되고 내년 전망 또한 어두워 실업기간을 짧게 가져가려는 구직자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 중소기업 선호도 증가

대기업과 공사·공기업 등에 편중됐던 구직 선호 현상이 중소기업으로도 옮아갔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입사 선호도(23.7%)는 공사·공기업(28.0%)이나 대기업(24.7%)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실제로 현실적인 일자리 수요에 눈높이를 맞춘 구직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5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중소기업도 있었다.

6. 기업의 인재상 변화



최근 기업들은 학점과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보다 개인이 실제 보유한 업무능력과 다양한 사회경험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업들은 이력 사항으로는 알 수 없는 숨겨진 부분들과 실무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면접을 도입하고 나섰다.

불황으로 기업들의 인재상도 달라졌다. 위기 대처 능력과 관리 능력을 갖춘 인재와 어려움을 투지와 끈기로 극복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7. 신입사원이 늙어간다

취업 준비를 위한 휴학 등으로 대학생들의 졸업이 늦어지면서 첫 직장에 입사하는 연령이 높아졌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첫 직장에 입사하는 나이는 평균 만 26.4세(2007년 기준)로 10년 전인 97년 만 24.7세에 비해 두 살 가량 많아졌다. 특히 30세가 넘어서야 첫 직장을 구한 사람은 13.3%에 달해 10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늙은 신입사원' 증가세는 일자리 감소와 취업난으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8. 채용시험 보는 기업 증가

서류나 면접의 평가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채용 시험을 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최근 새롭게 채용시험을 도입 실시한다'는 기업이 29.7%, ‘과거 시행하다 중단한 뒤 다시 부활 시켰다'는 기업이 21.6%에 달했다.



시험 과목은 전공과 논술, 국사, 한자, 국어, 외국어, 직무능력, 상식 시험 등 다양했다. 예전보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게 된 기업들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로 파악할 수 없는 지원자의 실무 능력과 역량을 별도로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9. 비정규직 고용의 질 낮아져

비정규직에 대한 법률적 보호 장치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3월 실시한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정기간 근무하는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는 줄고 대신 파견, 용역, 일일근로 등의 비전형 근로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 달라진 취업 풍속도



올해 취업난과 내년 암울한 전망은 전체적인 취업 풍속도에 변화를 몰고 왔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로 스펙을 만드는데 집중했던 구직자들은 내년엔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계획을 취소하고 구직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어떻게든 올해 안으로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구직자들이 늘었고 높아진 환율 등으로 외국에 나가는 대신 국내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려는 구직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