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정체 추적해보니…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8.1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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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정체 추적해보니…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그가 직접 시인한 것은 과거 증권사를 다녔고 해외 체류 경험이 있다는 사실 뿐이다.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가 50대 초반의 남성이라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돌아다니는 소문은 미네르바가 '대신증권 도쿄주재원을 거친 J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까지 거쳤던 J씨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현재 미국으로 이민 가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네르바가 여러 차례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J씨가 미네르바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네르바와 시각과 관점이 비슷한 또 다른 J씨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과거 동원증권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J씨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소 비관적인 전망으로 유명했던 인물.



제도권 증권사 보고서의 한계를 비판했다는 점과 글을 냉소적으로 쓴다는 점도 그와 미네르바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J씨는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다"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자 각종 '설'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비판하자 미네르바가 YS에 대해 원색적 비판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그가 DJ의 정치적 거점인 호남 출신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미네르바는 YS를 "깡패만도 못한 3류 양아치 같은 노인네"라고 표현하며 "저 노인네는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전일(28일) YS가 DJ를 향해 "국민들이 국기문란에 대해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 "정신이 이상해도 보통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미네르바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네르바'가 한국외대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외대 내 '미네르바 동산'이 있었고, 한국외대가 주최하는 포럼 이름이 '미네르바 포럼'이다. 그만큼 한국외대와 '미네르바'라는 단어는 친숙하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네르바가 단순히 한국외대를 상징하는 말이기 앞서 '지혜의 여신'을 나타내는 단어이기 때문에, 필명을 가지고 미네르바의 출신 학교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미네르바는 지난달 13일 "국가가 나에게 침묵을 명했다"고 언급해 정부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정부당국이 이미 미네르바 정체를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공개했을 때 인터넷 탄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그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네르바의 신원을 공개해야 그의 가장 큰 무기인 '익명성'이 사라지고, 그때서야 진정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정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미네르바는 인터넷에 글을 썼을 뿐이기 때문에 그에게 신상을 공개하라고 압박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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