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車업계 CEO들 "굿뉴스가 없어요"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12.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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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자동차산업인의 밤' 행사에서 만나 동병상련 나눠

"좋은 뉴스 좀 가져 왔습니까.(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 "날씨가 더 따뜻해 졌네요"(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

'2008 한국 자동차산업인의 밤' 행사가 열린 지난 8일 저녁, 르네상스서울호텔 3층 다이아몬드볼룸 옆 VIP대기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남홍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사장이 맨 먼저 자리를 잡은 뒤 최재국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 대표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안부 인사를 나눈 뒤 "내년 경제전망이 어둡다. 미국 GM본사가 어려워 한국에서 잘해야 하는데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찌는 것 같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장 마리 위르띠제 르노삼성 사장이 VIP대기실로 들어오자 그리말디 사장은 웃으며 "좋은 뉴스(good news) 좀 가져 왔습니까" 하고 물었다. 위르띠제 사장은 이에 "날씨가 더 따뜻해 졌네요"라고 답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따뜻해 진 날씨 외에 다른 좋은 뉴스는 없다는 의미였다.



위르띠제 사장은 "내년엔 잘해 봐야 현상유지(flat) 정도로 본다. 판매와 파이낸싱(자금조달) 모두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재국 현대차 부회장도 이 말을 받아 "지난주에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거기도 판매와 파이낸싱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장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도중 맨 마지막으로 도착한 최형탁 쌍용차 사장은 잠시 인사를 나누고는 곧바로 행사장으로 이동한 뒤, 행사 도중 선약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국내 자동차 회사 대표들은 이날 VIP대기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에서 "내년 한국경제엔 자동차 시장이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처럼 서로 어려움을 토로한 반면 행사장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는 일체 답을 하지 않았다.

최 부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내년도 사업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요즘 업계 상황이 워낙 어려워서…"라고 이해를 구한 뒤 서둘러 차를 타고 떠났다. 나머지 사장들도 '굿 뉴스'가 없기 때문인지 예년과 달리 대부분 별다른 언급 없이 되돌아갔다.



'글로벌 경제위기!, 자동차 산업이 앞장서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이날 행사장 한쪽 벽에 커다랗게 걸려 있던 대형 현수막이 그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지 새삼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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