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기준으로 코스피지수 1100선 회복은 지난달 12일(1123.86) 이후 18거래일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기관의 힘'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관이 694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코스피는 지난 10월 30일 한미통화스와프 체결로 11.95% 폭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기관 순매수와 코스피의 동조화는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관이 577억원을 순매수하자 코스피는 5.8% 급등했다. 그러나 다음 거래일인 24일에는 기관이 55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도 3.35% 내렸다.
코스피지수가 기관의 매수에 동반자적인 운명을 함께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와 기관의 동조화에 대해 현 상황이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형주 중심의 매매에 치중하는 기관 매수세가 가세하면 지수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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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난 10월 급락장과 달리 둔화되면서 기관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관측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3,505원 ▲80 +2.34%) 연구원은 "기관들이 최근 경기침체 우려는 남아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선제대응을 보면서 9000선 부근이 저점임을 타진한 듯 하다"며 "조금씩 매도보다는 매수에 치중하는 움직임을 펼쳐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수급이 취약해지면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들어오면 코스피시장은 쉽게 반등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난 9월~11월까지 8조9279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12월 들어서는 8일처럼 1179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달 들어 172억원만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매도세가 완화된 대목도 기관들의 움츠렸던 마음을 녹이고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민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매도만 거세지 않으면 기관이 사자에 본격 나서면서 코스피지수의 강한 반등을 이끌어낼 여지는 크다"며 "향후 기관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GM 등 미국 자동차 '빅3' 지원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이 이뤄지고, 오바마의 '신 뉴딜정책'이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조만간 기관 중심의 수급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 연구원은 "경기하강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업종별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관 매수세의 수익률 영향력이 확장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연말 인덱스펀드들의 배당투자와 함께 펀드수익률 제고를 위한 윈도드레싱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어 기관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기관보다는 외국인들이 증시 상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기관은 여전히 매매보다는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해 증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일처럼 프로그램 순매수 4970억원을 제외하면 기관은 실제로 코스피시장에서 1972억원의 매수 우위만 보였다는 게 오 파트장의 평가다. 반면 외국인이 11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수급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오파트장의 해석이다.
오 파트장은 "펀드로 몰리는 자금이 정체돼 있는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은 글로벌증시의 상황에서 본격적인 기관화 장세를 논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관의 움직임에 엇갈린 주장이 있지만, 향후 얽힌 수급을 풀고 증시를 주도해야 할 몫은 기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최악을 치닫던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분위기가 최악에서 벗어나는 기미가 보이는만큼 기관의 역할도 막중해졌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