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대주단 가입밖에 길이 없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8.12.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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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전방위 압박…건설사들, 아직도 불안

"결국 대주단 협약 가입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지난달까지 대주단 가입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건설업계는 또다시 거세지는 대주단 가입 압박으로 고민에 휩싸였다. 여기에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평가 하향조정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대주단 가입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대주단 가입에 따른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주단 가입은 '내 운명?'

은행연합회는 8일 대주단 협약을 신청하지 않은 건설사의 경우 채권은행들의 채무만기 연장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대주단 협약 적용 신청을 하지 않은 건설사는 채무 만기도래 때 각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만기연장을 받아야 하며 이때 일부 채권금융기관이 만기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주단 협약 신청기한이 2010년 2월 말이지만 건설경기를 포함한 거시경제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늦게 가입할수록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주 말 한국기업평가는 평가대상 47개 건설업체의 정기ㆍ수시평가를 통해 20개사의 등급을 하향조정하고 5개사의 등급전망을 변경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힌신정평가도 조만간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존 대출의 조기상환 요구다. 기업의 신용 위험이 발생할 경우 상환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라도 바로 변제하도록 하는 '기한이익상실' 조건, 이른바 트리거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BCP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부분 트리거 조항을 적용받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2단계 하향때 트리거조항 조건을 요구하지만 경기 악화로 1단계 하향만으로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많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더라도 가입이 승인된 건설사들은 채무유예 등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은 투기등급 건설사의 경우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채권 은행의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아직도 뭔가 찝찝한데

건설업계는 대주단 가입은 선택적인 상황이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이 돼 버렸다고 푸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대주단 가입을 놓고 아직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주단 가입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가 아직도 모호하기 때문.



은행연합회는 이날 대주단 가입이 승인된 건설사들의 채무 만기 연장때 기존 금리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대출금리 기준과 건설사 위험 수준에 차이가 있어 금리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즉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권 간섭에 대한 오해도 은행연합회가 불식시켜야 할 현안이다. 은행연합회는 건설사가 신규자금 지원을 받는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승인을 받아 집행해야 하며, 금융기관이 자구계획 등 신규자금 지원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주단 협약을 적용받은 일부 건설사도 향후 시장여건 악화로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등 불가피한 경우 워크아웃 적용 등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주단에 가입해도 워크아웃 대상이 된다면 굳이 기업내부를 모두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주단 가입 비밀유지도 우려스러운 부분. 은행연합회도 협약 참여 금융기관이 많아 비밀 유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시인했다. 또 상장건설사의 경우 공시관련 규정에 따라 신규자금 대출 때 공시를 해야 하는 점도 비밀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일 것이라고 인정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협회가 8일 개최한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철저한 비밀 유지를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문제는 대주단 가입에 따른 실익을 판단할 여지없이 무조건 가입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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