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쇼크…폭격맞은 '강남병원가'

최은미 기자 2008.12.06 08:00
글자크기

[토요스페셜]환자줄고 대출 부담 '폐업속출'

엔고 쇼크…폭격맞은 '강남병원가'


갑작스런 불황에 압구정 청담 일대 병의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개점 휴업상태인 곳이 한두 개가 아니다. "드나들던 고객들은 끊기고 중국집 배달부만 오간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임대료도 충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개원하거나 장비를 들여놓을 때 엔화대출을 받은 병의원들은 그야말로 '초토화'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급기야 5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장중 1600원까지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었다.



의료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 압구정, 청담동 일대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의료기관 매출은 불경기 여파로 대략 50%가량 줄어들었다. 폐업신고도 전년대비 20%이상 높아졌다. 새로 생기는 병의원은 찾아볼 수 없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개원가에 '강남 불패신화'가 깨져버린 것이다.

압구정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에는 성형외과 매물만 50개가량 쌓였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M메디컬빌딩의 경우 입점해있던 4개 병의원이 지난 10월 철수했다. 실제로 압구정에서만 10월중 문닫은 곳이 6~7개에 달했다.



폐업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는 것은 갑작스런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며 임대료를 낼 수 없기 때문. 강남 일대 점포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실평수 80평 기준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임대료 월 1200만원, 관리비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호황이던 1~2년 전 높은 임대료로 계약한 후 매출이 급감하자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

병의원 컨설팅 전문기관인 골든와이즈닥터스 박기성 대표는 "지난해 수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이 천만원대로 떨어졌고, 인테리어 비용만 받아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원/엔 환율 급등은 압구정 일대 개원가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2~3년전 제로수준의 금리로 받은 엔화대출이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 1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이자를 차치하고도 원금만 2억원을 갚아야 할 판이다. 대출만기가 도래한 병의원의 의사들은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10월에만 3명의 의사가 자살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축 건물들은 아예 병의원을 입점시키지 못해 상층부를 비워놓고 있다. 서 준 상가뉴스레이더 팀장은 "강남지역에 빌딩을 세우면 보통 3층부터는 병의원을 입점시키려고 하는데 요즘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공실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상황이 자꾸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사동에 자리잡은 홍 모 성형외과 원장은 "통상적으로 겨울방학에 연매출의 30% 이상이 이뤄진다"며 "지난 추석도 연휴가 짧아 성수기 덕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