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부위만 집중 공격..'맞춤치료' 길 열어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2.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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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항체신약이다]<5>항체치료제가 뭐길래

21세기에 들어 의약품 산업은 한 시대 전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새로운 의약품을 맞이하게 된다. 원하는 부위만을 공격하도록 만들어진 '항체치료제'가 그 주인공이다.

항체치료제는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38.5%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는 분야다.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과 달리 목표부위에만 작용, 치료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항체치료제를 표적치료제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내만 해도 해외에서 개발된 항체치료제 대부분이 1~2년 안에 수입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2007년 기준 전 세계 항체치료제 22개 가운데 15개가 국내 수입되면서 80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관절염치료제 '휴미라' △대장암의 '아바스틴' 등이 이들이다.

항체치료제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현대 의학이 뾰족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한 암과 자가면역질환 등 난치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항체치료제가 난치병과 불치병의 치료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암도 이젠 만성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빨리 성장한다는 점에 맞춰 개발되기 때문에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정상세포까지 해를 끼쳐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동반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항체치료제는 암 항원(바이오마커)에 반응해 암세포만 공략하거나 암의 전이통로를 막아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암세포 주변에 만들어지는 새로운 혈관 생성을 억제(혈관신생억제)해 암세포를 굶겨 죽이기도 한다.

면역체계 교란으로 특정 단백질이 너무 많이 생성돼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도 이런 특정 단백질에 관여하는 항체를 만들어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항체치료제는 최근 들어서는 암 뿐 아니라 혈관신생 조절과 관련이 있는 노인성 망막변성, 당뇨병성 망막증, 건선 등의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모두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난치병이다.

물론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도 표적치료제가 될 수 있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지난해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글리벡'은 화학합성의약품이다. '글리벡'은 약효가 뛰어나다는 소문이 돌자 국내에서 약이 출시되기 전에 환자들이 나서 수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정도였다.

항체치료제는 이 같은 '글리벡'의 인기를 능가할 전망이다. 항원ㆍ항체반응을 이용한 뛰어난 특이성(목표부위만을 공략하는 성질)으로 기존 화학합성의약품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다. 이미 대형 제약사의 항암제 개발 포트폴리오가 표적치료제로 바뀌는 추세다.

원하는 부위에만 작용하는 항체치료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대 의학의 '핫이슈'인 '환자 맞춤형 신약'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약물의 효과가 다르다는 것이 맞춤형 신약의 기본 개념이다.

지난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이 인간의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뒤 관련 연구가 활발해 지면서 이제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병원들도 환자 치료에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경우,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25%를 차지하는 'HER-2' 단백질 과발현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 암세포 생성과 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방해하는 '허셉틴'의 작용이 'HER-2' 단백질이 많은 환자에게서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방암 환자는 병원에서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아 자신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허셉틴'을 처방받는 게 좋은지 아닌지 알아 볼 수 있다.

'허셉틴' 등 블록버스터 항암항체치료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제넨텍은 이들 덕분에 시가총액 700억달러 대의 회사로 컸다. 제약 1위 기업 화이자의 시총이 1000억달러 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암젠은 인슐린, 혈액응고인자와 같은 단백질을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빈혈증 치료제)으로 한때 1g 가격이 67만 달러를 호가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회자되기도 했다.

의약품에 바이오의약품이 포함된 것은 제넨텍과 암젠이 단백질로 이뤄진 '단백질의약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항체치료제는 단백질 의약품의 한 종류며 출시시기만 10년 정도 늦어 2세대 단백질 의약품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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