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한 이들은 시험거부를 선언하고 체험학습을 떠났고, 교육당국도 결석처리와 함께 관련 교사들의 중징계를 밝히며 강경 대응했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이 같은 갈등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전수조사로 바뀌긴 했어도 원점수, 평균, 석차 등 비교자료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서열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평준화 시스템에서 특별히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해 원인을 따져보고 집중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도드라진다.
결국 교육계에 만연한 불신 풍토가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불러온다는 결론에 이른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권이 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온 반대급부"라고 실토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공공연히 깨는 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 2010년에 끝남에 따라 한국근현대사 과목은 2011년부터 고교 1학년 공통 필수과목인 역사 과목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문제를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은 일대 혈전을 벌이고 있다. 2년 안에 자동 해결될 문제를 저자 동의도 없이 출판사 목을 조르며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정부와 여당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진보 진영에서는 "참여정부 때 교과서 문제를 제기해 톡톡히 재미를 본 뉴라이트 진영이 지난 10년을 부정하고 보수 재결집을 도모하기 위해 다시 교과서를 건드린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교육현장이 좌우 이념대립의 장으로 변질돼 불신이 쌓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불신이 불러오는 사회적 비용은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누가 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지 구별해 내는 일은 연말정산 서류 챙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