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I 700 붕괴, STX팬오션 "고민되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12.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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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까지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세계 최대 벌크선사 STX팬오션 (3,540원 ▲10 +0.28%)이 요즘 걱정이 많다. 실적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지난 2일(현지시간) 700선이 무너지는 등 크게 하락, 내년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STX팬오션은 STX그룹에서 현금창출력이 가장 뛰어난 캐쉬카우라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운임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올 5월20일의 1만1793포인트에서 2일 684로 밀렸다. 이로 인해 벌크선을 운항하고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을 비롯한 해운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급감할 위기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벌크선 비중이 90%인 STX팬오션이 BDI 지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STX팬오션은 타 해운사에 비해 높은 벌크선 비중을 90%에서 70%로 낮추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지만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STX팬오션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102.9% 늘어난 6조5448억원, 영업이익은 108% 늘어난 6144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행진을 벌였다.



2분기에는 국내 해운업계를 통틀어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올 상반기 BDI가 초강세를 보일 때 집중적인 화물영업을 통해 고운임의 화물을 조기에 확보하며 수익을 미리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이미 2분기에 4465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순익(431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2분기까지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 해운업계 1위 등극이 가능해 보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BDI지수가 급락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메릴린치는 BDI지수의 폭락을 반영해 STX팬오션의 2009~2010년 순이익 추정치를 78% 하향조정했다. 연간 BDI가 10% 변할 때마다 STX의 순이익이 27% 변하게 된다는 논리다.


회사 관계자는 “BDI지수는 거래가 뜸해 소량의 거래만으로 급격하게 하락해 현재의 BDI 지수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며 "메릴린치는 이를 근거로 내년도 순익 전망을 과도하게 낮춰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STX팬오션은 BDI가 급락하면서 아직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과 순익목표를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STX팬오션의 예상 매출은 8조원으로 그룹 매출 목표 28조원의 1/3에 육박했었다.



STX팬오션의 매출과 이익에 따라 그룹 전체의 실적이 크게 변할 수 있어 STX팬오션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STX팬오션은 오는 4일 UBS가 주최하는 기업설명회(IR)에 참가해 BDI 급락에 따른 최근의 경영현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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