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주채권은행에 대주단 협약 가입 신청서류를 제출해 놓은 A사 입장으로선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가입 신청서가 접수되면 그에 대한 심사가 있은 뒤, 등급에 따라 채권 회수나 지원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위기에 처한 건설사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사실 금융권의 관심은 건설기업 회생보다는 자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왕 '건설사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으면 관련 절차와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임하는 게 순리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대주단 협약 가입 과정을 지켜보면 실망스럽다.
일단 대주단을 꾸려야 할 금융기관마다 지원체계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눈치다. 우왕좌왕해 온 가입 신청 일정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 역시도 필요시 '공적자금' 투입이란 카드를 움켜쥔 채, 손쉬운 가이드라인 외에는 '시장 자율'이란 명분을 내세워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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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도래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연장과 함께 지원키로 한 신규대출도 허점을 안고 있다. 상장 건설사의 경우 신규대출 자체가 공시 대상이기 때문이다. 만일 신규대출 공시라도 날 경우 해당 건설사는 "대주단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리는 꼴이 된다.
금융권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기업에 대한 회생 작업에 동참해야 할 명분은 분명히 있다. 적어도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은 건설사들이 추진해 온 주택사업에 브리지론이나 PF 자금 등을 동원하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이 어려운 지금은 우산을 빼앗지 않는 금융권의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