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두자릿수 감소…"내년이 더 힘들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12.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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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악화 환율불안으로 연결 우려도

#사례 1. 대만의 반도체 업체 A사는 한국업체에 내년 상반기 3000만달러 규모의 반도체 장비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됐고 한국 업체에 내년 4분기로 납품 일자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사례 2. 한국의 B사는 미국 가전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청소기를 납품하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미국 제2의 전자유통업체 서킷시티의 파산 신청 여파를 그대로 받고 있다. 약 30만달러어치에 이르는 11월과 12월분 주문이 지연돼 수출 물량이 회사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사례 3. 국내 석유화학업체 C사는 파키스탄에서 주문받은 석유화학 제품을 배에 실어 보냈다. 그런데 배가 파키스탄까지 가는 사이 파키스탄 루피화가 폭락했다. 그러자 바이어는 수출 서류에 문제가 있다며 도착한 물품의 인수를 거부했다

금융 불안으로 전세계 실물경기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수출 둔화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3% 감소했다. 감소 폭은 정보기술(IT)산업 버블이 붕괴와 함께 터진 9.11 테러로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2001년12월(-20.4%) 이후 최대치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9월까지 12개월 연속 두자리 수로 증가했지만 10월 들어 증가율이 한자리 수(8.5%)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두자리 수 감소율을 나타낼 정도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산업별로는 선박류(34.7%)를 제외하고 수출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반도체를 제치고 IT 분야 최대 수출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던 무선통신기기도 유럽시장 휴대폰 소비 침체로 26.2%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감소율은 각각 44%, 13.1%에 달했으며 올해 고유가로 재미를 봤던 석유제품 수출도 19.0% 감소세를 보였다.


정재훈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관은 "당초 올해 12월 말이나 내년 1월부터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는데 미국의 주요 수입상들이 무너지고 자동차 금융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수출 감소세가 2달 정도 빨리 찾아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출 감소세는 국내 산업생산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 외에도 외화 획득 요인을 줄여 환율 불안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출 두자릿수 감소…"내년이 더 힘들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수출 감소는 경상수지 악화 문제로 연결돼 외환시장 불안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 낙폭이 큰 것이 문제"라며 "이미 수출이 크게 떨어졌지만 내년 초 전망도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별로 볼 때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이 가장 문제다.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중국(홍콩 제외)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감소했다. 중국 수출이 감소한 것은 10월에 이어 두달 째다.

같은 기간 이번 위기의 시발점인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율은 6.2%로 오히려 양호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으로의 수출 감소율은 각각 12.5%와 13.5%로 중국보다는 나았다.



노성호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으로의 수출은 주로 제3국으로 다시 수출하기 위한 원자재가 많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수출이 호전되는 것을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따라서 중국 수출이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을 적게 받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이 최종 소비하는 제품을 위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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