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도 울고 갈 정숙성, 미끄러지는 듯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가속성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제네시스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근거가 됐다.
이런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 제네시스 쿠페를 마주 대했을 때 덩치 큰 야수가 엎드린 디자인에 놀랐다. 인피니티의 G37쿠페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앞서갔다.
이같은 통념에서 봤을 때 제네시스 쿠페의 실내 내장재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운전석 조정을 위한 조정장치도 생소한 반자동식이다. 시트 높낮이와 전후 조절장치는 전자식인 반면 등받이 조절은 수동이다. 조수석은 시트마저도 수동이다.
시동을 걸었다. 낮게 깔리는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현대차답지 않은 투박한 소음이 스포츠세단의 맛을 살려준다. 일단 시동을 건 이후 정지상태일 때는 실내가 조용하다. 그러나 속도를 조금씩 높여 내달릴 수록 배기음이 커진다.
튜닝에 의한 것인데 배기음이 일품인 BMW, 폭스바겐, 아우디 같은 독일차보다 더 낮은 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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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로 향하는 인천공항전용도로에서 밟아본 최고 시속은 250km. 그 속도까지 제한했기 때문이다. 계기판에는 280km까지 나와 있다.
고성능 차들에 흔히 있는 스포츠 모드가 없다. 스포츠 모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어를 자동(D)에서 반 수동 모드로 옮겨야 하는 데 6단 기어가 5단으로 내려가며 출력(rpm)이 3500 이상 치솟는다. 시속 120km 즈음에서 조작을 하면 강력한 엔진음과 함께 계기판 속도계가 빠르게 움직인다.
한가지 흠은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대시보드가 덜컹 거린다. 견고한 마감이 아쉽다.
고속에서 코너링은 제네시스 쿠페가 기본기에 탄탄한 차라는 걸 잘 보여줬다. 세계적인 명차들에 전혀 손색이 없다. 이는 서스펜션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인데 전체적인 섀시를 낮고 단단하게 조율해 어지간한 상황에선 차체가 튕겨나가는 느낌이 거의 없다.
BMW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성능을 중시하는 유럽 차들이 이렇다. 최근 혼다의 모델 다수에서도 받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내 내장재의 고급화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곧 현대차의 고민이기도 한데 고급 재료 사용은 곧 자동차 값으로 이어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결과다. 현대차가 브랜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기보단 실리를 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진정 아쉬운 건 뛰어난 차 성능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 스스로 한계선을 그은 점이다.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본형을 기준으로 △200 터보 D는 2320만원, P는 2641만원, R 은 2942만원, △380 GT P는 3042만원, R은 3392만원이다. 자동변속기는 전 모델 선택품목이며 △200 터보의 후륜구동형 5단 자동변속기는 170만원, △380 GT의 후륜 구동형 6단 자동변속기는 215만원이 추가된다.